(사진=AFP)
EU 회원국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러시아 자산 2100억유를 담보로 활용한 ‘배상금 대출’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벨기에가 러시아의 보복 및 안보 위협을 우려하며 광범위하고 무제한적인 금융 리스크 보증을 요구했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해당 방안은 끝내 무산됐다.
16시간 넘는 협의 끝에 EU 정상들은 자체 예산을 담보로 공동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주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 대안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주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급한 뒤 대출을 상환하면 된다. 러시아 자산은 계속 동결 상태로 유지돼 러시아가 배상하지 않을 경우 대출 상환에 쓰일 수 있다.
이번 금융 합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 중요한 생명줄이자, 러시아의 4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평화 협상에 유럽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해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응할 무기가 바닥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없으면 내년 초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트 더 베버 벨기에 총리는 “유럽이 승리했고, 금융 안정도 승리했다. 우리는 혼란과 분열을 피했다”고 안도했다.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우 코스타는 정상회의 후 “우리는 약속했고, 실행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의 세르히 키슬리차 제1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유럽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재정 지원이 이뤄졌다. 긴 밤이었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실행 가능한 결과를 도출했다”며 합의를 환영했다.
이번 합의는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에는 재정적 의무가 없도록 설계됐는데, 이에 대해 한 EU 고위 관계자는 “그들이 돈을 내지는 않지만, 정치적으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EU 예산 기반 차입 결정은 러시아 자산 활용을 주장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벨기에가 반대를 철회하도록 압박했음에도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