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수사 파일 공개 D-1…美민주, 추가 사진으로 '압박'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19일, 오후 05:0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파일을 공개해야 하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하원 민주당은 엡스타인의 유산에서 확보한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며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도록 압박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유산에서 나온 사진 수십 장을 추가 공개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날짜·장소 미상의 자료 사진으로, 빌 게이츠(오른쪽)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얼굴이 가려진 여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산에서 확보한 새로운 사진과 문서 묶음을 공개했다.(사진=AFP)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의 모습이 담겼다. 또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영화 감독 우디 앨런, 하버드대 교수 마틴 노박,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살라르 카망가르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억만장자 토머스 프리츠커, 슬로바키아 정치인이자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미로슬라브 라이차크도 등장했다.

민주당은 사진에 “등장한 인사들이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암시는 전혀 없었다”며 공개된 사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로런스 서머스가 포함된 사진을 1차로 공개한 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뤄졌다. 이는 정치·연예·기술·재계 전반에 걸친 엡스타인의 광범위한 인맥을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사진에는 엡스타인의 문자메시지 스크린샷, 여권 일부 이미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여성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한 사진 여러 장도 포함됐다. 이 사진들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해당 소설은 12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번 추가 사진 공개는 사망 후에도 각종 추측과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법무부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키울 전망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다음날인 19일까지 엡스타인과 관련된 수사·기소 자료와 내부 소통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진행 중인 연방 수사를 저해하거나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자료는 비공개로 둘 수 있도록 해, 자료가 대거 검은색으로 가려진 채 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당적 협력으로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었으나, 의회 통과가 확실시되자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엡스타인과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20여 년 전 관계가 끊어졌고 범죄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부인해 왔다.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비행 기록, 주소록, 이메일, 경찰 보고서, 법정 증언 등 상당한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대 전 총장 래리 서머스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대학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교수직에서 휴가에 들어갔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여성을 수차례 성착취했다는 의혹 등으로 왕자 작위를 박탈당했다.

법무부의 이번 공개가 엡스타인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파장을 불러올지는 자료의 공개 범위와 내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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