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연준, 내년 금리 1~2회 인하 후 장기간 동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1일, 오후 06:2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2차례 인하한 뒤 상당 기간 동결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책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하면서 연준의 추가 인하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연준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완화 국면에 진입했지만,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급격한 추가 완화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AFP)
◇JP모건·골드만 등 “중립금리 근접…추가 완화 여력 제한”

20일(현지시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JP모건,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무라 등 다수 기관은 2026년 중 25bp(0.25%포인트) 기준 1~2회 인하를 예상했다.

보고서에 수록된 투자은행별 전망 표를 보면, JP모건과 도이체방크는 2026년 한 차례 인하를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하반기에 걸쳐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웰스파고와 바클레이스도 총 50bp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총 75bp 인하를 예상했고, TD증권은 두 차례 인하 이후 정책금리가 3.0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는 2026년 1회 인하(25bp)를 기준 시나리오로 하고 있어, 월가 전망이 연준보다 다소 완화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총 17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정책금리를 중립금리 추정 범위에 진입시켰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의 난도가 높아졌으며, 연준 내부에서도 추가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로 연준은 최근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해 ‘위험 부담 없는 선택지는 없다(no risk-free path)’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물가와 고용 간 균형을 강조해왔다. 다만 노동시장 둔화 위험이 다시 부각될 경우, 추가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함께 제시됐다.

보고서는 2026년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보다는 채용 축소를 통한 비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실업률 상승 폭도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고용 안정땐 동결…노동시장 둔화시 추가 인하 가능성”

노동시장에서는 신규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는 대신 기존 고용 유지가 이어지면서, 2026년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안정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관세 인상의 영향이 2026년 상반기까지 제한적으로 반영된 뒤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대 중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주거비와 일부 서비스 물가의 둔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6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관세 정책 불확실성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변동성 △미국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지목했다.

관세 정책의 경우 단기적으로 물가 상방 압력을 자극할 수 있으나, 정책 불확실성 자체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AI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생산성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자산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정 측면에서는 감세와 지출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재정건전성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장기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