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유출 알고도 늑장 공시”…美주주들 집단소송(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1일, 오후 09:3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 모습(사진=뉴시스)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조셉 베리라는 쿠팡 주주 중 한 명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주주들을 대변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베리의 소송을 대리한 로젠 로펌은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8월 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쿠팡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을 대표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다른 피해 주주들도 참여를 원하면 내년 2월 17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홀저앤드홀저 등 다른 로펌들도 같은 기간 쿠팡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집단소송 모집 공고를 냈다.

이들 로펌은 전직 직원이 약 6개월 동안 고객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이버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 사고 사실인지 후 4영업일 이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 이에 따라 규제와 법적 조사 위험이 급증했다는 점, 허위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공표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약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된 사실을 지난달 18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외적인 공지는 약 열흘 뒤인 지난달 29일 이뤄졌다. 미국에선 약 한 달이 지난 이달 16일에야 관련 사실을 공시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공식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28.16달러에서 이달 19일 23.20달러로 18% 하락했다.

쿠팡 측은 “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로젠은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받는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4영업일 이내 관련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로펌들 역시 현재 쿠팡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집단소송 특성상 앞으로 원고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 언론사들과 금융사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잇따라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한국 쿠팡 법인이 아닌 모회사인 쿠팡 Inc를 상대로 하는 주주 소송이라는 점, 즉 미 증권법에 근거해 기업 공시와 경영진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소비자 정보유출 피해를 다투는 소비자 집단소송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한편 쿠팡은 지난 2021년부터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뒤인 같은 해 8월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총 1039만 달러(약 153억 8000만원)를 로비 활동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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