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하지만 일본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3% 상승 마감했고, 엔화가치는 달러당 155엔대에서 157엔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미국 뉴욕증시도 다우(0.14%)·S&P500(0.79%)·나스닥(1.38%) 모두 상승마감해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됐다. 이처럼 시장이 차분한 상황을 유지하게 된 배경에는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라는 점,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비둘기적(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 등이 청산 압력을 완화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투자자가 주목한 것은 앞으로의 인상 속도와 메시지였다. BOJ가 추가 인상 경로를 매파적으로 못 박지 않았다는 해석이 확산하면서 미국 등과의 금리 격차가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기대에 무게가 실렸다”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되레 확대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평가했다.
유일하게 일본 장기금리(국채 10년물 금리)가 19년 만에 연 2.0%를 넘어섰지만 이는 BOJ가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억제하지 않고 ‘관망’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가격을 시장 논리에 맡기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충분히 남겼다는 진단이다.
다만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BOJ의 금리 인상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작은 충격이 대규모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테일 리스크’ 경계감도 여전하다. 유리존 SLJ 캐피털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엔 충격이 없었지만 엔화 약세가 누적될수록 ‘시한폭탄’처럼 작동할 수 있다”며 “앞으로 환경 변화가 생기면 엔 캐리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으로 태세 전화하면서 글로벌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AFP)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하면 한국 금융시장 역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줄일 때 신흥국 자산 비중을 먼저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위험자산 회피를 동반하기 때문에 외국인 비중이 큰 한국 주식·채권 시장 역시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엔화 강세’가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는 달러화와 엔화 모두에 밀리는 이중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시중은행 자금 운용역은 “최근에도 국내 증시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조정을 받은 바 있다. 앞으로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세부 지표에 따라 재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PI 상승률이 BOJ 목표치(2%)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BOJ의 금리 인상 속도 역시 가팔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엔캐리 청산은 엔화 약세에 편중했던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하면서 발생했다. 최근 포지션은 중립에 가까운 수준이다”며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포지션 규모가 작아진 만큼 엔화 강세로 쏠리더라도 충격은 예전보다 덜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