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올해 주가 86% 급등했지만…파운드리 '대어' 확보 숙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2일, 오전 10:3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텔이 올 한해 동안 주가가 86% 급등하며 빅테크 주식과 경쟁사 AMD를 앞섰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핵심인 주요 외부 고객 확보에는 여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파운드리 업계의 거물’로 불리는 립부 탄(Lip-Bu Tan)을 영입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90억 달러(약 13조원),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 엔비디아로부터 5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주가는 86% 상승했다.

인텔 주가 추이 (단위: 달러, 그래픽=야후파이낸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대형 외부 고객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콜렐로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미국 내 주요 칩 제조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갖고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도 “제조 사업을 실제로 확립시키는 대규모 거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x86 아키텍처를 개발한 반도체 업계의 선구자다. 하지만 수년간의 투자 실패로 제조 기술이 대만 TSMC에 뒤처졌고, CPU 시장에서도 AMD와 ARM에 점유율을 빼앗겼다.

전임 CEO 팻 겔싱어는 4년간 파운드리 사업을 외부에 개방하며 적극적인 턴어라운드를 시도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과 불확실한 성과에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지난해 말 겔싱어가 해임되고 올해 3월 립부 탄이 새 CEO로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탄 CEO의 냉정한 경영 스타일과 비용 절감, 광범위한 업계 인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켰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9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인텔 지분 10%를 확보한 것이 주가 상승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만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로 이전하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인텔)
테크널리시스의 밥 오도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는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인텔은 미국 기업 중 단연 가장 큰 반도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투자 심리 개선에 기여했다. 다만 엔비디아 투자에는 인텔 파운드리가 엔비디아 칩을 생산한다는 계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인텔 파운드리의 최대 잠재 고객인 엔비디아, 애플, 퀄컴은 모두 TSMC와 오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인텔 제품 사업부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TSMC가 미국에 1650억 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인 점도 인텔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야후파이낸스는 “인텔은 최신 제조 공정 기술력을 입증해야 이들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외부 고객용으로 개발된 18A 공정은 현재 인텔 자체 제품 생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곧 출시될 PC용 팬서레이크 칩과 데이터센터용 클리어워터포레스트 칩의 성공 여부가 차세대 18AP, 14A 공정에 대한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저가 칩 생산에 인텔의 18AP 공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BNP파리바의 데이비드 오코너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12~18개월 내에 14A 공정에 대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14A를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 나아가 장기적인 제조 사업 존속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보다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망가뜨리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고치는 데 왜 10년 미만이 걸리겠냐”며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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