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AFP·AP·EFE 통신 등에 따르면 시하삭 푸앙켓케오 태국 외무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 회의 직후 “양국이 이번 주 후반 보다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하삭 푸앙켓케오 태국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시하삭 장관은 “이번에는 세부 사항을 철저히 다듬어 현장 상황을 반영하고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 휴전안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당일에도 교전 계속
양국은 회담 개최 당일인 이날도 교전을 벌였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태국 F-16 전투기가 북서부 바탐방주에 폭탄 6발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회담 장소를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캄보디아는 안전을 이유로 중립국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띠어 세이하 캄보디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국경 지역에서 계속 전투가 벌어져 회의는 안전하고 중립적인 장소에서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태국은 이전 국경위원회 회의가 캄보디아 코콩주에서 열렸다며 이번에는 태국 찬타부리주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수라산트 콩시리 태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안전을 보장한다”며 “이 지역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국경위원회 개최지로 원래 계획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태국 국방부는 “실무급 논의에서 핵심 내용에 합의하지 못하면 27일 회담을 진행하지 않거나 어떤 합의문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캄보디아의 한 다리 모습. (사진=AFP)
양국은 지뢰 매설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국경을 순찰하던 자국 군인들을 부상시킨 새 지뢰를 매설했다고 주장한다. 태국 해군은 일요일 전선에 있던 해병대원 한 명이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시하삭 장관은 “이것들은 명백히 새로 매설된 지뢰였으며 ASEAN 관찰단이 확인했다”며 “10월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태국 외무부는 캄보디아와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협약) 의장국인 잠비아에 항의 서한을 보낼 방침이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먼저 휴전을 선언하고 국경 지대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캄보디아는 지뢰가 1999년 종식된 수십년간 내전의 잔재라고 주장한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전날 성명에서 “민간 지역을 겨냥한 태국의 공격을 규탄한다”며 태국에 전투 중단과 군대 철수를 요구했다.
◇100년 넘은 영유권 분쟁
양국 분쟁은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 국경선 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비롯됐다. 양국은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을 벌인 양국은 7월 닷새 동안 무력 충돌했다.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졌고 30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번 달 충돌에서도 양측에서 86명이 사망하고 91만명이 피난했다
양측은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을 파기했다. 이틀 뒤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양국 분쟁 해결에 나섰다. 올해 ASEAN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ASEAN 외무장관들이 가능한 한 빨리 적대 행위가 완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내년 의장국인 필리핀은 필요하다면 중재자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양측에 “적대 행위 종식, 중화기 철수, 지뢰 매설 중단,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 완전 이행”을 촉구했다. 시하삭 장관은 “미국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결국 양국이 준비하고 양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