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군에 베네수엘라 원유 봉쇄 집중 지시…경제압박에 초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5일, 오전 11:1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지상전보다 원유 봉쇄를 통한 경제적 압박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청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백악관이 최소 향후 두 달 동안 미군 병력의 임무를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격리(quarantine)’ 집행에 전적으로 집중하도록 지시했다”며 “군사적 선택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백악관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우선 제재를 집행하는 방식의 경제적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조치만으로도 마두로 정권에게 막대한 압박이 가해졌으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1월 말쯤에는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봉쇄(blockade)’를 명령한 바 있다. 이번에 미 정부 관계자는 ‘봉쇄’ 대신 ‘격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를 연상시킨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이후 “우리는 해상 봉쇄가 아니라 격리라고 불렀다”며 “봉쇄라는 단어는 곧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원유 운반선에 대한 나포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 미 해안경비대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2척을 가로막아 나포했다. 또 지난 21일 제재 대상이지만 현재는 공선 상태인 ‘벨라-1’이라는 선박에 대해 세 번째 나포 작전을 실시했으나 연기하고 추가 병력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해외 원유 판매에 크게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 옥죄,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대량의 마약을 유입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마두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한 ‘황금함대’ 구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 원유 봉쇄 조치가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마두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유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원유 봉쇄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라는 평가가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복잡한 중개를 거쳐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해 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경우, 해당 선박들이 베네수엘라 입항을 기피하게 만들어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유엔에 “마두로 정권과 그 측근들이 사용하는 자원을 박탈하기 위해 제재를 최대한의 범위에서 부과하고 집행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며 베네수엘라 유조선 봉쇄 강화를 예고했다.

미국은 해상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타격을 넘어 지상전 개시 가능성까지 암시하며 군사적 압박을 병행 중이다. 미군은 9월 이후 카리브해 등에서 마약을 운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 29차례 공격을 가해, 105명을 사살했다. 이에 더해 최근 최근 카리브해 지역에 1만5000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며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켰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규모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과 기타 군함 11척, F-35 전투기 10여 대가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일부 병력은 제재 집행에 활용될 수 있지만, 전투기처럼 해당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전력도 많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 마약 인프라에 대한 폭격 가능성도 수차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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