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와 조만간 회담…새해 전 많은 것 결정"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26일, 오후 05:3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해 우크라이나전 평화안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최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새해 전에 많은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미국 측과의 접촉 내역을 보고했다”며 “우리는 단 하루도 허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메로우 서기는 전날 밤까지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미국 대표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르면 2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안을 조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성탄절 데드라인’은 지나갔지만,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연말연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합의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美특사와 1시간 통화…“새로운 아이디어 제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 당일인 25일 저녁 TV 연설에서 “미국 협상단과 진정한 평화를 앞당길 방법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관해 약 1시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정한 평화를 앞당길 방법에 관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며 “협의 형식, 회담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그는 “문서들이 거의 준비돼 있는 상태이며 일부 문서들은 완전히 준비돼 있다”면서 “향후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개 조항 평화안 공개…28개 조항에서 축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논의한 내용이라며 20개 조항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측 평화안 초안을 지난 24일 공개했다.

이 초안은 앞서 미국이 러시아 측과 논의했던 28개 조항 평화안에서 일부 내용을 축소해 역제안한 것이다. 28개조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에 영토를 할양하고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제한토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주로 모스크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새로운 20개조 평화안에서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 본 합의일 기준 병력 배치선은 사실상 접촉선으로 인정된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키이우포스트는 이를 두고 “단순한 휴전 제안이 아닌 현재의 워싱턴 정치 지형 속에서 전후 우크라이나의 국가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종합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은 아파트 건물 현장에서 구조·구급 인력들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네츠크·자포리자 원전 문제는 미해결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로운 20개 조항 평화안 초안에서도 핵심적 영토 문제가 미해결인 상태라고 인정했다. 그는 가장 민감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가 동등한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을 소유하고 미국이 경영을 맡는 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원전 소유, 경영에서 러시아를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네츠크 지역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유경제구역’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군대를 물린다면 우크라이나도 여기서 군대를 물리고 미국 제안을 따라 비무장지대를 설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 지역의 약 75%, 인접한 루한스크 지역의 약 99%를 장악하고 있다.

서방측 한 고위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안에 대해 “우리가 보아온 것보다 구체적”이라며 “하지만 안전보장, 시행, 그리고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러시아의 약속 등 가장 까다로운 부분들이 여전히 대체로 미해결 상태”라고 키이우포스트에 전했다.

◇러시아 측도 협상안 검토 중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에 특사로 다녀온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가져온 종전안 관련 문서들을 러시아 측이 분석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국가수반의 결정에 따라 미국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합의를 추진해 왔으며 윗코프와 쿠슈너가 주도한 평화 노력은 최근 몇 주간 서서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5일 키이우에서 열린 성탄 행렬 도중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별을 들고 미하일리우스카 광장에 전시된 파괴된 러시아 군용 차량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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