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S&P500지수는 장중 한때 6945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상승 폭을 반납하며 거의 변동 없는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산타랠리 주목…연초, 연간 흐름 좌우할수도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거래가 재개된 이날 증시는 뚜렷한 재료가 부족한 가운데 최근 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지지하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톰 헤인린 미 U.S.뱅크 자산운용 수석 투자전략가는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가 엇갈리고 있지만, 기업 실적 발표나 주요 경제지표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적 요인과 연말 포지셔닝 조정이 시장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는 상승 동력이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주와 산업주 등 경기순환 업종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S&P500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역시 기술주가 아닌 금융·산업 업종이 주도했다.
헤인린 전략가는 “이는 기술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뒤처지는 장세가 아니라는 점에서 내년을 앞둔 시장에 신뢰를 준다”며 “7월 통과된 감세 법안과 올해 4분기 단행된 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 전반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연말·연초 계절적 강세 구간인 이른바 ‘산타 랠리’가 나타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산타 랠리는 통상 24일부터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사이에 형성되는 상승 흐름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이 기간의 성과가 이후 주가 흐름과 일정 부분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이 기간에 상승세를 보였을 경우 S&P500지수는 이듬해 1월과 연간 기준 모두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진단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대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AI 투자 확대와 기업 이익 증가가 당분간 주가를 지지하겠지만, 국채금리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재부각 시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병존하고 있다.
이날도 기술주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1.02% 오른 반면 애플(-0.15%), 알파벳(-0.22%), 메타(-0.64%), 테슬라(-2.1%) 등은 소폭 빠졌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스타트업 그록과 AI 반도체 관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상승했다. 정부의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 인수에 가까운 계약이라는 평가다.
국채 시장은 비교적 조용한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4bp(1bp=0.01%포인트) 빠진 4.13%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9bp 하락한 3.481%에 거래를 마쳤다. 미 국채는 이달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세 차례 금리 인하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로는 2020년 이후 최고 성과를 향하고 있다.
달러화도 보합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9% 오른 98.06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진전 가능성으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하락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종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61달러(2.76%) 하락한 배럴당 56.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주식·채권·외환시장이 전반적으로 잠잠한 가운데 금·은·백금은 사상적 최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달러 약세, 연말을 앞둔 얇은 시장 유동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현물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4540달러를 웃돌며 1.6%까지 상승했다. 은 가격도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장중 한때 7.6% 급등, 온스당 77달러를 넘어섰다. 금은 올해 들어 약 70%, 은은 150% 이상 상승해 두 금속 모두 197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