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통 전 집행위원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TV방송 TF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기쁘게 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투표한 법을 바꾸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우리는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비자 금지 조치 이후 그의 첫 TV 인터뷰다.
그는 EU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브르통 전 위원은 “강력한 대응의 부재가 EU의 기관들이 매우 약하고, 너무 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EU가 포식자들에 둘러싸인 시기”라고 지적했다.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프랑스 TV방송 TF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TF1 영상 갈무리)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브르통 전 위원과 여러 활동가 등 유럽인 5명에게 비자 금지 조치를 내렸다. 영국 시민단체 디지털혐오대책센터(CCDH)의 임란 아메드 최고경영자(CEO), 독일 온라인 혐오 피해자 지원단체 헤이트에이드 공동대표 조세핀 발롱과 안나레나 폰 호덴베르크, 영국 가짜뉴스 감시기관 GDI 설립자 클레어 멜퍼드가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EU가 최근 X(구 트위터)를 상대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을 이유로 1억2000만 유로(약 2042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들은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검열하고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등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이 조치를 ‘글로벌 검열 산업 복합체의 대리인’에 대한 비자 제한으로 규정했다.
◇DSA 주도하며 머스크·메타와 충돌
브르통 전 위원은 EU의 전 디지털 정책 책임자로 재직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조정을 규제하는 DSA의 수석 집행관이었다. 미 국무부는 그를 ‘DSA 설계자’로 규정했다.
지난 2022년 제정된 DSA는 EU 의원의 거의 90%와 모든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다. 이 법은 대형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의 X를 비롯해 메타 플랫폼스 등과 자주 충돌했다. 브르통 전 위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유럽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미국 방문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매카시즘식 마녀사냥”…EU 강력 반발
브르통 전 위원은 X에 “매카시즘식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는 “미국 친구들에게 말하건대, 검열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다”고 일침했다.
EU도 즉각 반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는 유럽과 미국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라며 “EU는 민주적 가치에 따라 경제 활동을 규제할 주권적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는 강하고 활기찬 유럽 민주주의의 토대”라며 “우리는 이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동맹과 파트너, 친구 사이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비자 제한은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훼손하려는 협박이자 강압”이라고 주장했다.
브르통 전 위원은 지난해 9월 EU 집행위원회를 떠났다. 그는 “미국 비자 금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놀랐다”며 “비자 금지 발표 이후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프랑스 TV방송 TF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TF1 영상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