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여배우 틸리 노우드. (사진=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출처=노바디 소시지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28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3억 3000만달러에서 2033년 1117억 8000만달러로 연평균 38.4% 성장할 전망이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효율성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AI 인플루언서는 인건비·여행비·물류비 등 광고 캠페인 비용을 약 30% 줄일 수 있다. 표현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이 거의 없다는 점, 이조차 기술 발달로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현실과 구분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선호 요인으로 꼽힌다. 코넬대 디지털미디어 전문가 브룩 더피 교수는 “AI가 창작자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암라 앤드 엘마’(Amra & Elma)는 보고서에서 “이미 60% 이상의 브랜드가 가상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한 경험이 있으며, 미국 소비자 58%가 최소 한 명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고 있다”며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리 일상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평가했다.
일부 유명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미 인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노바디 소시지’의 경우 틱톡 팔로워만 2210만명에 달한다. 일반적인 유명 배우나 가수 등보다 많은 규모로, 브랜드 광고 계약도 여러 건 체결했다. 인스타그램 광고 수익도 웬만한 배우들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에는 AI 배우 지망생인 ‘틸리 노우드’가 캐스팅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헐리우드가 발칵 뒤집어졌다. 틸리는 AI 스타트업 ‘파티클6’의 창업자 엘린 판 데르 벨덴이 만들어낸 가상 여배우로 올해 2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해 왔다.
그만큼 인간 인플루언서들의 파이는 줄어들고 있다. 130만 팔로워를 보유한 카비야 삼바시밤(26)은 BBC방송에 “영상 한 개를 제작하는데 빨라야 수시간, 길면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부진한 달엔 최소한의 게시물만 올릴 수밖에 없는데 로봇(AI)과는 경쟁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레시피, 일상 브이로그, 메이크업 튜토리얼 등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는 그는 “장보기부터 촬영 준비, 조명 설치,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AI와 달리 콘텐츠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AI 콘텐츠 제작자들은 “초기엔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다음엔 페이스튠과 같은 앱이 등장했다”며 “디지털 보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제작자는 “오늘날 초현실적인 AI 영상들은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유명인 딥페이크가 전신”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 여배우 틸리 노우드. (사진=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한편 AI 생성 콘텐츠의 급증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평가들은 ‘AI 슬롭’(AI slop)이라 부르는 저품질 AI 영상이 범람하면서 사람이 만든 진짜 콘텐츠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위정보 문제도 심각하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등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일부 콘텐츠는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영상이지만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틱톡과 메타 등은 AI 생성 콘텐츠에 라벨을 부착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AI 콘텐츠 중 실제로 라벨을 부착한 비율은 1.38%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와 플랫폼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규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펜실베이니아대 제사 링겔 교수는 “머지 않아 일반인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허위정보와 사기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