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목표"…러-우 전쟁 5년차,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2일, 오후 04:1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자정이 다가오고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의 한 장교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늘에는 여러 대의 드론이 떠 있었다. 러시아군을 탐색하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26년 1월 1일 0시. 새해가 밝았지만 콜사인 ‘샘(Sam)’으로 불리는 이 장교에게는 그저 또 다른 하루였다.

2026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묻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의 질문에 샘은 “어떤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고 답했다. NYT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2026년 1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제65독립기계화여단 신병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전선 인근 자포리자주(州)의 한 훈련장에서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쟁 2년은 더 간다”

‘다빈치 울브스’ 대대 소속 병사들에게 새해는 큰 결심을 할 순간이 아니었다. 러시아군은 계속 진격하고 있고, 평화 협상은 삐걱거렸다. 이들의 올해 목표는 명확했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

올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다섯 번째 해다. 동부 최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 대부분은 이번이 마지막 해가 되리라 믿지 않는다고 한다.

드니프로 지역에 주둔한 제68경보병여단 소속 콜사인 ‘디악’은 더 비관적이었다. 그는 “전쟁은 최소 2년은 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생활 5년째인 그에게 새해 첫날은 휴일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다.

디악은 작은 난로 옆에 앉아 현재의 평화 노력에 거의 믿음을 두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더 빨리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4시간 만에 끝내겠다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대통령 당선인 시절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취임 후 지난해 2월 백악관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질책하며 지원 중단을 위협했다.

협상은 시작과 중단을 반복했다. 미국-우크라이나 관계는 뜨거웠다가 차가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를 협상 마감일로 제시했지만 모두 지나갔다.

그 사이 전장은 변했다.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며 부대 이동이 더 위험해졌다. 러시아군은 대규모 공격 대신 소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병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방어에 집중했다.

최전선은 달팽이처럼 느리게 움직였지만, 방향은 러시아에 유리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빨라졌다.

2026년 1월 1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라고 설명한 사건 이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지역인 헤르손주(州) 코를리 마을의 호텔과 카페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헤르손주 주지사 블라디미르 살도 텔레그램 제공/로이터)
◇“도네츠크만 필요하다더니…”

러시아군은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포크롭스크로 진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병력을 집중했다. 그 틈을 타 러시아군은 남부 자포리자 지역과 드니프로 지역 동부에서 더 빠르게 진격했다.

디악은 “러시아는 도네츠크 지역만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드니프로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땅을 점령했는지 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 키릴로 부다노프 장군은 지난주 러시아의 2026년 목표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 전체 점령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원한다”

그래도 병사들은 영토 양보를 거부한다. 드론 조종사 콜사인 ‘상하이’는 장갑차에 탑승하며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원한다. 돈바스 전체를 되찾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함께 출발하는 콜사인 ‘보디아’는 새해가 어떨지 예측을 꺼렸다. 그는 “러시아군이 불꽃놀이를 쏘면 우리도 그들을 위한 불꽃놀이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전야 오후 7시부터 노보파블리우카 방향의 드론 팀은 분주했다. 공격. 공격. 보급품 투하. 공격. 12시간 교대로 일하는 병사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8세 아들과 2세 딸을 둔 31세 대대장 세르히 필리모노프 소령은 “우크라이나 군에게 힘든 한 해였다. 우리 모두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나 없이 자라고 있다”며 “아들이 성장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아들이 싸우러 가지 않아도 되도록…”이라고 전했다.

새해 전야 오후 11시, 일부 병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새해 연설을 시청했다. 하지만 샘과 화면을 지키는 병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자정. 무전기에서 메시지가 들려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계속 전선을 지켜요, 여러분. 계속 전선을 지켜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6년 1월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의 활동가와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 창립자 중 한 명인 스테판 반데라의 탄생 117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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