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韓경제, 빠른 회복 인상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6일, 오전 07:09

[필라델피아=김상윤 특파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한국의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 “정치적인 갈등은 어느 나라에서나 투자와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을 주지만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수요를 보여준 사례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주의와 성장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아제모을루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회의 참석 후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이후 정치적 충돌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나라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사례를 동아시아 전반의 흐름 속에서 바라봤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대만에서 있었던 일들에 이어 한국에서도 시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점은 민주주의가 단지 서구의 규범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도 실제로 요구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제도적 틀을 넘어 시민의 행동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 간 경제발전에 차이를 가져온 요인을 연구한 공로로 지난 2024년 같은 대학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석학이다.

이 같은 평가는 그가 이날 AEA 연례회의 강연에서 제시한 민주주의와 경제 성과에 대한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강연에서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국가 데이터를 활용해 민주주의 전환의 장기 효과를 설명했다. 비민주국에서 민주국으로 전환한 국가들은 민주화 이후 초기 몇 년간은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지만, 약 8~10년이 지난 뒤부터 성장 경로가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후 20~25년이 지나면 민주화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비민주국 대비 평균 20% 이상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정권 교체 효과가 아니라 제도 변화에 따른 구조적 차이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로 전환한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교육 수준이 개선되고, 보건 지표와 영아 사망률이 함께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GDP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성과에서도 민주주의의 효과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을 흔히 거론되는 ‘권위주의 성장’ 사례로만 보는 시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군사정권 시기 산업화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성과가 오히려 더 개선했다는 것이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전반적으로 보면 1980년대 후반 군사통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이후 한국 경제의 성과는 유의미하게 나아졌다”며 “한국은 민주주의 전환 이후 성장 경로가 달라진 사례다”고 말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민주주의가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 체제가 지속하는 배경으로 유권자의 인식 왜곡, 즉 ‘오인(misperceptions)’을 지목했다. 민주주의가 실제로 제공하는 효과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훼손됐는지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권위주의적 선택은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역시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최근 지표를 보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악화하고 있고 이는 국내 정책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성장세에 대해서는 “현재 성장의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AI)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완전히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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