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옐런은 재정지배가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이 거시경제 여건과 무관하게 저금리 유지나 국채 매입을 압박받을 수 있으며, 이는 더 높고 변동성이 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에 제약을 받는 순간, 시장과 가계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관리하려는 선택이 허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 훼손을 최대 위험으로 지목했다.
다만 옐런은 현재 미국이 재정지배 체제에 들어섰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팬데믹 이후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우는 상황에서도 정책 기조를 후퇴시키지 않았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역시 2%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준의 정책 판단은 재정이나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물가 안정과 고용이라는 책무에 의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약 100% 수준에서 향후 30년간 150%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순이자 비용도 GDP 대비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나 심각한 경기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GDP 대비 6% 안팎의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점 역시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재정 조정에 대한 신뢰 약화, 위험 프리미엄 상승, 달러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연준 이사 해임 가능성 언급을 두고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직격했다. 정책적 이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주장은 향후 정책 결정 과정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 일각의 ‘연준 감사(Audit the Fed)’ 추진, 지급준비금 이자(IOER) 제한 논의 역시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제도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지배를 피하기 위한 해법으로 급격한 긴축이 아닌, 신뢰 가능한 중기 재정 조정 경로를 제시했다. 옐런은 “미국이 반드시 재정지배의 길로 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험은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가 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회의에서 ‘연준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미국의 재정 전망을 두고 “완만한 조정 경로가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은 충격이 위기를 피하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릴 수도 있다”면서도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초당적 합의가 제때 이뤄질지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재정 여건이 악화될수록 연준의 역할이 더욱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반복해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가장 중요한 임무가 중장기적으로 2%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이나 제도적 틀을 바꾸는 것은 연준의 역할이 아니라,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