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미국이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생산성 우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1%는 미국이 현재의 생산성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48%는 미국의 생산성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조사는 미국, 유로존, 영국, 중국에 기반을 둔 207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이 가운데 ‘모르겠다’는 응답을 제외한 183명이 해당 질문에 답했다.
설문에 참가한 경제학자 76%는 미국이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생산성 우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지=파이낸셜타임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같은 투입 요소를 재화와 서비스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기업의 수익성과 임금 상승을 통해 국민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기술 발전 가속화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노동력 재배치 덕분에 10% 상승했다. 이는 영국과 유로존이 같은 기간 정체 상태를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력 △유동성이 풍부한 자본시장 △유연한 노동시장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비용을 앞세워 생산성 격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의 생산성 우위를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이 쉽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제프리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토머스 시먼스는 “미국이 생산성 경쟁에서 출발선부터 강점에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력은 향후 미국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OECD는 미국 경제가 기술 주도의 투자 붐과 주식시장 상승에 힘입어 올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일부 경제적 충격을 상쇄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의 2026년 주요 선진국 GDP 성장률 예상치. 경제학자들은 미국 GDP 성장률을 다른 국가보다 높게 전망했다.(이미지=파이낸셜타임스)
기업 투자 흐름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분명히 드러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 투자는 2025년 2분기 기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에서는 기업 투자가 7% 감소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투자 확대가 생산성 격차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거품 붕괴·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변수로
다만 AI 투자 과열을 둘러싼 경계론도 만만치 않았다. FT는 설문 응답 가운데 ‘거품’이라는 표현이 25차례 등장했고 전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AI 관련 투자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으며, 향후 주가에 대한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생산성 증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기술주의 주가 하락은 금융 여건 악화, 글로벌 수요 둔화, 위험 회피 심리 확산을 통해 국제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AI 붐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반드시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솔트마시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오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AI 투자 중 상당 부분은 비효율적인 투자로 판명 날 수 있다”며 “궁극적인 이익은 초기 혁신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사용자, 즉 다른 지역에 더 많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미국이 AI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케임브리지대의 재깃 차다 교수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기술 최전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미국의 상대적 우위는 일부 약화될 수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 이후 AI 분야 누적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유럽연합(EU)의 세 배를 넘는다.
여기에 무역 보호주의 강화, 이민 제한 정책, 재정 불균형,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미국 생산성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조너선 포터스 교수는 “관세 정책, 행정 역량의 질적 약화, 반이민 정책이 결합된 ‘독성 조합’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경제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