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했지만 트럼프 외면에 베네수엘라 야권 실망"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7일, 오후 04:5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지만,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희망은 오히려 꺾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권 지도자들을 외면하고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에게 권력을 넘겨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특수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기지에서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해 미국으로 이송했다. 마두로는 현재 마약 밀매 혐의로 뉴욕에서 수감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직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도록 허용했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의 부재를 ‘일시적’이라고 규정하며 조기 선거 대신 부통령의 권한대행 체제를 승인했다.

◇야권 “더 큰 계획 있을 것” 기대…전문가는 회의적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두로 체포 소식에 환호했던 야권 인사들 사이에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장관이자 야권 지지자인 리카르도 아우스만은 “군사 전략은 아주 훌륭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차도의 집권 희망을 박살 낸 데 대해 “깜짝 놀랐다. 내가 들은 것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밀데 미국 툴레인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야권이 마두로만 밀어내면 민주주의로 즉각 이행될 것이라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감명받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의 상징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가까운 야권 인사인 페드로 부렐리는 “트럼프는 마차도와 곤살레스의 집권과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복원을 돕는 데 200% 매진하고 있다”며 “고래도 한 번에 한 입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작전이 단계별로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크리스토퍼 사바티니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들은 더 큰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믿으려 노력 중”이라며 “그러나 기저에는 깊은 실망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에 대해 “현재로선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며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의 탄압으로 지난 2024년 대선 출마가 금지됐지만, 대리 후보로 나선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실제로는 마두로를 2배가량의 표 차이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마차도 측이 곤살레스의 승리를 보여주는 개표 용지를 수집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곤살레스를 정당한 당선자로 인정했다. 마차도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곤살레스는 지난 2024년 9월부터 스페인에 망명 중이고, 마차도는 지난달 노벨상 수상을 위해 11개월 만에 처음 공개 석상에 나선 뒤 베네수엘라를 떠난 상태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사진=AFP)
◇“석유 산업 재건” 목표…실현 가능성은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이 석유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며 “석유와 관련해 베네수엘라에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 판매 수익으로 작전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2000년 일일 320만 배럴에서 현재 10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생산량을 정점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수년과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한다”는 발언을 일부 진화시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과 마약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는 국제 질서의 남은 부분을 질식시켰다”며 “군사력으로 한 국가의 지도자를 체포한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전환을 위해서는 정치적 정당성, 경제 안정화, 군부 재편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이 중 어느 것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콜롬비아 로사리오대학 베네수엘라관측소의 로날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야권이 2024년 대선에서 한 일은 민주적 수단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변화시키려는 열망으로 단결한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경시하고 거의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CNN 인터뷰에서 “마차도와 곤살레스가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라며 “마차도를 버린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연례 정책 콘퍼런스 수련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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