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일러 스위프트 SNS)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 일반적인 시계보다 크기가 작아 주얼리에 가까운 디자인의 시계들이 이번 상승을 주도했다. 과거 각지고 큰 스틸 스포츠 워치가 시장을 지배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우아함과 개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영국 시계 판매·거래 플랫폼 서브다이얼의 크리스티 데이비스 공동설립자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더 작고 주얼리 스타일에 가까운 시계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요는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독일 시계 거래 플랫폼 크로노24에 따르면 Z세대 고객 매출에서 까르띠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에서 2025년 7.9%로 확대했다. 전 연령층(3%→5.6%)보다 큰 폭으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데이비스는 “롤렉스 같은 브랜드의 묵직한 스포츠 모델 시장은 지난 몇 년 사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매자들이 환멸을 느낀 것 같다”며 “젊은 고객들은 더 독창적인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선호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여성은 예전보다 큰 사이즈와 강렬한 디자인의 시계를 더 편하게 착용하고, 남성은 더 작고 귀금속 소재의 모델을 찾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유행을 선도한 건 테일러 스위프트, 티모테 샬라메 등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다. 과거라면 ‘오버사이즈’ 디자인을 선택했을 것 같은 고객들도 작은 사이즈의 시계 착용을 이젠 ‘정상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전환이 시장을 자극하며 까르띠에를 비롯한 일부 독립 시계 브랜드 매출이 급증했다. 대표적인 수혜 브랜드로 독립 시계 제작사 F.P.주른이 꼽힌다.
비교적 소규모임에도 유명해진 이 브랜드의 모델들은 지난해 여러 경매에서 예상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 특히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개인용 F.P.주른 FFC 프로토타입은 추정가 100만달러(약 14억 5000만원) 이상으로 제시됐으나, 뉴욕 경매에서 10배가 넘는 1080만달러(약 156억 7300만원)에 최종 판매됐다.
서브다이얼에 따르면 F.P.주른의 드레스 워치는 2024년까지만 해도 경매에서 추정가보다 평균 6% 높은 수준에 낙찰됐으나, 코폴라 시계 거래를 제외해도 연말에 추정가 대비 120% 높은 수준에서 거래될 정도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다만 스틸 스포츠 워치 시장이 완전히 힘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브다이얼에 따르면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퍼페추얼 캘린더 5740/1G-001과 노틸러스 로즈골드 5711/1R-001 등 일부 모델은 여전히 상위권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비스는 “이제 시장의 ‘오버턴 윈도우’(주류가 수용하는 아이디어 범위)가 넓어진 셈”이라며 “과거 소수 취향으로 여겨지던 작은 드레스 워치와 주얼리형 시계들이 이제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