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소비자기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체감 확률이 43.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2013년부터 매달 실시되고 있다.
응답자들이 인식하는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확률은 15.2%로 전월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로, 12개월 이동평균인 14.3%를 웃돈다. 자진 퇴사할 가능성은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한 17.5%로 2023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고용시장도 침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실제 미국의 노동시장은 최근 고용과 해고 모두 활력을 잃은 ‘저고용·저해고’ 상태로 접어들었다. 미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경기침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며 중·저소득층 생활 압박이 커지고 경제적 격차는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교역(관세)·이민 정책의 급격한 변화 등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 노동통계국(BLS)은 10일 12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11월 정부 셧다운으로 왜곡된 통계 이후 미국 노동시장의 실상을 보다 명확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미보험협회의 오렌 클라츠킨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 영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보고서는 경제 전반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크게 엇갈린다. 시장은 12월 신규 일자리가 전월대비 5만 5000개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초 이후 성장세 수준에 부합하는 수치지만, 11월(6만 4000개)보다는 줄어든 규모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말 비정규직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될 경우 10만 5000개 이상 늘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업률은 4년 만의 최고치인 11월 4.6%에서 4.5%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고용 흐름의 약세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왜곡된 2020년을 제외하면, 지난해 미국의 고용 증가율은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신규 일자리 전망이) 겉보기엔 긍정적인 수치지만 실제 고용 증가세 기조는 훨씬 약하다”고 평가했다.
해군연방신용조합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전체 일자리 증가는 71만개에 그칠 전망”이라며 “불황 시기를 제외하고는 2003년 이후 가장 부진한 고용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별 노동시장 불균형 심화…의료·관광 나홀로 성장
최근 1년간 미 노동시장은 산업별로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관세 확대, 이민정책 변화,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등으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고용이 정체 또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다만 의료와 레저·관광 부문은 예외였다.
ADP의 네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료서비스는 고령화로 수요가 늘고, 관광·레저는 고소득층의 소비지출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부유층이 성장을 주도하는 ‘K자형 경제’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와 관광·레저 부문은 전체 고용의 약 22%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11월 신규 일자리 증가의 84%를 차지했다. 나머지 78%의 산업에서는 사실상 채용 침체(hiring recession)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정책을 발표한 뒤 더욱 심화했다. 이후 8개월 동안 의료·관광 업종의 신규 일자리가 전체 순증 일자리를 웃돌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노동통계국의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11월 신규 채용률은 지난 10년여 기간 중 최저 수준(팬데믹 기간 제외)으로 떨어졌고, 구직 포기와 이직률 모두 낮게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배타적이다. 진입이 어려운 구조로, 실직자가 새 일자리를 찾기까지 몇 달씩 걸리는 상황”이라며 “활발한 인력 이동이 줄면 경제 역동성도 둔화한다”고 우려했다.
◇저고용·저해고 여전하지만…“최악 국면은 지났을수도”
다만 최근 발표된 기업 구조조정·실업 자료는 노동시장 침체가 완만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구직 컨설팅사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들의 감원 발표는 1만 7553건으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신규 고용 계획은 2022년 이후 12월 기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챌린저사의 앤디 챌린저 최고수익책임자는 “올해 들어 12월 감원 공표가 가장 적었고, 연말 고용계획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미 노동부 통계에서도 12월 말~1월 초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8000건으로 전주대비 8000건 늘었다. 그러나 최근 4주 평균은 여전히 1년 넘게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료도 실업수당 지급액 증가세가 없고, 급여 성장률은 전년대비 0.6%로 11월(0.2%)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BoA의 데이비드 마이클 틴슬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저고용·저해고 상태지만, 우리 데이터상으로는 최악의 둔화 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