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美대법 판결, 시장엔 어떤 영향 미칠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9일, 오후 04:3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9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세 판결이 무역·실물경제·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위법 판단시 최대 1500억 달러(약 218조원)의 환급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환급 청구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환·금·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기업들 환급 청구 준비…“수년 걸릴 수도”

로이터통신은 “기업 경영진과 관세 중개인, 무역 변호사들이 대법원 판결과 미국 정부로부터 이미 납부한 관세 1500억 달러 환급을 받기 위한 잠재적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에 활용한 첫 대통령이다. 이 법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적대국에 제재를 가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는 데 사용됐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IEEPA 관세로 지난해 2월 4일부터 12월 14일까지 1335억 달러가 징수됐다. 로이터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의 평균 일일 징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재 총액은 15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기업들은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무효화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환급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소형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세탁 장비를 제조해 홈디포 등 대형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캐나다 기업 댄비 어플라이언시스의 짐 에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DNA에는 돈을 돌려주는 게 없다”며 “트럼프는 돈을 돌려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틸 CEO는 “우리가 700만 달러를 돌려받는다고 해도, 홈디포와 고객들이 일부를 돌려달라고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환급 과정은 대법원이 환급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지, 아니면 이 문제를 하급법원으로 환송하는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뉴욕 관세 변호사 조셉 스프라라겐은 설명했다.

수입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수입품이 ‘청산’되기 전 314일 이내에 수정을 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환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수입품의 경우 이 기한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페드로의 로스앤젤레스항에 중국산 선적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창고형 할인매장 운영업체 코스트코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은 잠재적 환급 권리를 보존하기 위해 CBP를 상대로 선제적 소송을 제기했다. 코스트코는 “대법원이 관세를 불법으로 판단하더라도 IEEPA 관세를 납부한 수입업체들은 사법적 구제 없이는 불법 징수된 관세 환급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이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치 통조림 업체 범블비 푸즈, 화장품 업체 레블론, 레이밴 안경 제조업체 에실로룩소티카, 가와사키 모터스, 요코하마 타이어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소규모 업체들은 기다리지 않고 헤지펀드에 환급 청구권을 달러당 몇 센트에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장난감 업체 키즈2는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달러당 23센트를 받았지만, 펜타닐 밀매 관련 관세에 대해서는 9센트만 받았다고 밝혔다.

통카 트럭, 케어베어, 케이넥스 건설 장난감을 판매하는 베이직 펀의 제이 포먼 CEO는 크리스마스 판매 성수기 전에 납부한 600만 달러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포먼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환급 명령을 받더라도 ‘모호하게 하거나 지연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컨설팅 업체 베이커 틸리의 무역 자문 이사 피트 멘토는 “기업들이 세심한 기록을 유지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구를 일찍 제출하고 올바르게 처리한 사람들이 가장 빨리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워싱턴의 절차가 작동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그 돈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관세 철회돼도 대체 수단 존재”

JP모건은 지난해 12월 4일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불법으로 선언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징수 권한을 잃고 이미 받은 수입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라 센티바니 JP모건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IEEPA 조치가 연초 대비 미국 관세 증가분의 약 61%를 차지하며, 2025년 10월 기준 연간 약 1800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IEEPA 관세를 철회하는 결정이 실효 관세율이 안착하는 수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센티바니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철회되더라도 여러 대안적 법적 경로가 남아 있으며, 이를 시행하려는 노력이 단기적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섹션 122를 발동해 150일 동안 15% 관세를 유지하면서 그 기간에 더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는 “IEEPA 관세를 일률적 15% 관세로 대체하면 실효세율이 단기적으로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현재 무역 협정과 부문별 면제가 유지되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티바니는 “영향은 미국 교역국들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며 “가장 큰 IEEPA 관세 인상을 당한 국가들(인도,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IEEPA 철회가 단기적 안도를 가져오고 다른 관세가 부과되기 전 새로운 선적 러시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CMA) 면제가 IEEPA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 체제에서 살아남는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있는 아틱 스노우플로우스(Arctic Snowplows)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제설차를 조립하고 있다. 아틱 스노우플로우스는 캐나다에서 생산한 아연도금 강철 제품을 수십년간 미국에 판매해 왔다. (사진=AFP)
◇“금, 단기 하락 있더라도 지지받을 것”…“달러에는 부담”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의 조셉 카바토니 북미 선임 시장전략가는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관세로 인한 시장 변동성 기간 동안 금은 역사적으로 혜택을 받았다”며 “최근 관세 체제 동안 금 가격은 안전자산 유입, 중앙은행 매수, 투자자 다각화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가 철회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다른 자산군으로 위험 선호가 돌아오면서 금이 단기적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금의 현물시장은 회복력을 유지했으며 일반적으로 안전자산 유입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바토니 시장전략가는 “관세가 철회되더라도 금은 중앙은행 수요, 다각화 필요성, 광범위한 경제 및 정책 위험에 대한 헤지 역할로 지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금융·외환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벡스의 대니얼 존 그래디 시장조사 연구원은 “연방대법원 판결이 외환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장이 여전히 개장 중일 때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판결 내용에 따라 중요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디 연구원은 “달러는 연초부터 이미 하락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트럼프에 반대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위법’ 판결)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백악관이 즉시 대응 조치를 발표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대법원.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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