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냄새 나네…헤지펀드, 베네수 계기 ‘돈로주의’ 투자 모색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전 10:2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헤지펀드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돈로(도널드+먼로)주의’가 창출할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축출이 직접적인 모멘텀이 된 것이다.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베네수엘라 국회의원이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볼리바르 광장에서 마두로 지지 집회에 참여했다.(사진=AFP)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고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돈로주의’를 ‘돈로 트레이트’라 부르며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를 직접 방문해 현지 투지 기회를 찾거나, 미상환 국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콜롬비아와 쿠바의 국채를 주시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먼로주의’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대통령이 미국이 유럽 내정에 개입하지 않는 동시에 유럽 열강의 서반구 간섭 역시 용인하지 않겠다는 외교 원칙 선언이다. ‘먼로주의‘가 유럽 열강의 서반구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어적 선언이었다면 ‘돈로주의’는 여기서 나아가 서반구 문제를 미국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적극적인 개입 선언이다. 베네수엘라 개입은 ’돈로주의‘의 부활로 해석되고 있다.

카나이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셀레스티노 아모레 공동 창립자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훨씬 더 큰 거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1억 5000만달러를 운용하는 해당 헤지펀드는 베네수엘라 채권 투자로 최근 1년 사이 약 150%의 수익을 냈다. 카나이마는 1~3월내 베네수엘라를 찾을 예정으로, 향후 베네수엘라 부동산과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정치적 탄압, 경제 붕괴로 인해 투자 불가 지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정치 변화와 미국의 개입, 막대한 석유 자원에 대한 미국 투자 가능성 등이 국가 부채 재조정 기대감으로 연결됐다. 이에 베네수엘라 국채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의 채권 가격 모두 치솟았다.

과거 러시아나 미얀마, 이라크처럼 외국 자본에 다시 문을 연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분쟁과 부패, 통화위기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평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200억달러 규모로 아르헨티나를 구제하고 친(親)트럼프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진영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르헨티나 자산에 베팅해 큰 수익을 올린 경험이들이 이들의 기대를 키웠다.

뉴욕 소재 컨설팅업체인 시그넘 글로벌의 찰스 마이어스 회장은 자사가 현재 베네수엘라 출장을 준비 중이며, 고객들의 동행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도 접촉해 대통령과 중앙은행, 증권거래소 수장 등 베네수엘라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트라이베카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파트너인 벤 클리어리 역시 베네수엘라의 미개발 광물 자원에 주목하며 현지에 팀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에까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들 국가로도 확대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증시에 상장된 그린란드 최대 은행 그린란드 은행(GRLA)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 넘게 급등한 것도 이런 투기 열기를 보여준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를 단일 거래가 아니라 정권 교체와 정책 충격이 반복되는 새로운 투자 환경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콜롬비아와 쿠바도 다음 ’도미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예컨대 쿠바는 시장이 작고 투자하기 어렵지만 가격이 맞으면 기회가 된다는 인식이다. 한 투자자는 월가의 저명한 투자 철학가이자 투자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나쁜 자산은 없고 나쁜 가격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 불안정이나 미·베네수엘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위험, 낡은 석유 인프라, 중국이 큰 채권자로 얽혀 있는 복잡한 부채 구조 등 투자 리스크도 크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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