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망자 급증…트럼프 선택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전 10: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반(反)정부 시위대에 말뿐인 약속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시위가 촉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개입하겠다는 뜻을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 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사망한 인원 수는 지난 9일 65명에서 10일 116명에 이어 이날 최소 538명(시위대 490명·보안군 48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에 기반한 단체 이란인권(IHR)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이란 정부가 시위 진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무력을 동원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IHR의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이사는 “지난 3일간, 특히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차단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시위대 학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불타는 차량들 (사진=로이터)
◇트럼프, 이란 개입 명분은 확보…‘실행’ 압박 커져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대로라면 미국이 개입에 나설 명분은 이미 확보된 상황이다. 아울러 과거 사례를 보면 이란 정부가 강도 높은 진압에 나섰을 때 시위는 대체로 빠르게 해산됐지만, 이번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강경 진압에도 시위는 오히려 확산·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힌 “이란이 전례 없는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이 이란 국민들에게는 이슬람 공화국이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가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 강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억제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도 이란 정부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결국 시위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테이블 위해는 여러 선택지가 올라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체제 변화 기대 힘들고 현실적 제약 많아 ‘딜레마’

문제는 공격 수위다. 반정부 시위대는 아직 뚜렷한 지도부나 조직이 없고, 이란 정권 내 핵심 인사들과 무장세력도 이탈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개입 또는 지원이 성공하더라도 결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긴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 붕괴 후 보복 등으로 혼란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이 장기간 군사 작전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미 해군은 현재 페르시아만에 항모 전단을 두고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전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남중국해에 머물고 있다. 중동 일대 미군 기지에 전투기가 배치돼 있지만 주둔국들이 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걸프 국가들이 정권 붕괴 후 혼란이나 이란의 보복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도 미국의 개입 자체로 중동 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미국·이란·이스라엘 간 직접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이날 “미국이 공격할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군 기지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도 동시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부연했다.

인터넷·통신 차단으로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사진=AFP)
◇상징적 타격·IRGC 직접 타격·특수부대 투입 예상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상징적 타격’이다. 이 경우 단기간 시위대 사기를 높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대보다 약한 대응으로 비춰져 실망을 안겨줄 위험도 있다. 이란 정부 탄압이 강화할 우려도 있다.

다음으론 보다 확장된 선택지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직접 타격’이다. IRGC는 정권의 핵심 군사조직으로 이 공격은 반정부 진영에 충분한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하지만 폭격만으로 IRGC나 바시지(Basij·친정부 민병대)의 시위대 학살을 직접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가장 극단적인 방안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정권 고위층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작전처럼 특수부대 급습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성공할 경우 정치 체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조직력이 약한 시위대보다 IRGC와 그 정치 동맹이 권력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벌인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위험이 큰 만큼 ‘비(非)군사적’(non-kinetic) 대응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오는 13일 보좌진들과 다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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