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설치된 ‘두려움 없는 소녀(The Fearless Girl)’ 동상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이날 장 초반 다우지수는 한때 5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고, S&P500지수도 0.5%까지 밀렸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이안 링겐은 “미 증시는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로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우려가 위험자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안정세를 찾았다”며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저가 매수 수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파월 압박에 ‘월가+정치권’ 동시 경고
파월 의장은 전날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연준이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고, 자신에 대한 기소 위협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는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며, 오는 5월 의장 임기 종료까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시장에서는 당장 연준의 다음 몇 차례 금리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뉴욕증시가 안정을 찾은 것과 관련해 “첫 번째 해석은 시장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안이 매우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번 움직임이 결국 진전되지 않고 행정부가 긴장 완화 국면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월가 주요 투자은행은 미 증시의 단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의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총괄 앤드루 타일러는 “거시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지만, 연준 독립성 리스크가 시장의 상단을 제한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 증시는 단기적으로 상대적 부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들은 연준 독립성 훼손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CO), PGIM, DWS그룹 등 대형 채권 운용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금리를 낮추려는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도가 훼손될 경우,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각종 신용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9000억달러를 운용하는 PGIM 고정수익 부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고리 피터스는 “시장은 연준을 불안정성의 근원으로 인식하며 극도로 예민해질 것”이라며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기소할 수 있다는 소식은 명백한 ‘리스크 회피(risk-off)’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축구 선수가 실수로 상대 팀에 골을 넣은 상황에 비유하며 “중·장기적 파장을 동반한 제도적 규범 훼손”이라고 꼬집었다.
DWS 아메리카스의 고정수익 부문 책임자인 조지 카트람본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장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인상적”이라며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지 않았고 금리도 급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트람본은 “행정부는 장기물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지만,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로 장기금리를 끌어올린다”며 “시장에는 여전히 트럼프가 ‘빨간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연준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됐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6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87%를 기록 중이고, 30년물 국채금리도 1.7bp 오른 4.836%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지수는 0.2% 하락하고 있다. 금 가격은 연준 독립성 약화에 대한 헤지 수요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다니엘 이바신은 “시장은 제도와 법, 정치 시스템이 연준을 압박으로부터 보호할 만큼 충분히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은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 특히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중시한다”며 “연준 독립성을 위협하는 행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단순히 말해 금리를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사진=AFP)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중진인 공화당의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으로 연준의 독립성뿐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 자체가 의문에 놓였다”며 “형사 수사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연준 의장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연준 인사에 대해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틸리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자문진이 연준의 독립성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없다”며 “이제 문제는 연준이 아니라 법무부의 신뢰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 인사들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사실상 ‘계류’시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는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공화당 의원 1명만 이탈할 경우 표결이 동수가 되며, 인준안이 위원회 단계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연준 의장 인준 표결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이 점은 시장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연준 전직 연준 의장을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연방 법무부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형사기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회가 연준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고서 “이건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더 넓게는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면서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신용카드금리 제한에…캐피털원·아멕스 주가 ‘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를 1년간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은 금융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신용카드 회사가 미국인에게 더 이상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신용카드 이자율을 1년간 최대 10%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카드 이자율 상한제를 기업에 강제할 것인지, 아니면 법안을 마련해 도입할 것인지 등 구체 시행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남겼다. 이날 캐피털원 파이낸셜(-6.4%)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4.3%), JP모건체이스(-1.4%) 등 주요 금융주가 하락했다.
반면 대형 기술주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알파벳은 1.1% 오르며 시가총액 4조달러선을 돌파했다. 구글은 애플과 다년 계약을 맺고 아이폰용 인공지능(AI) 기능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나스닥100지수 편입 기대감에 3%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물가와 실적 지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논란을 대체로 흘려보내고, 개선 조짐을 보이는 실물경제에 집중해왔다.
이번 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7% 상승해, 11월(2.6%)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린시펄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연준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노동시장 냉각이 물가 압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2026년까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2% 목표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서는 본격적인 4분기 실적 시즌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500 기업들의 4분기 이익 증가율을 8.4%, 2026년 연간 증가율을 14.6%로 전망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제외하면 각각 4.6%, 13.3% 수준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실적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