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용카드 금리’ 전쟁…왜 월가는 물러서지 않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5일, 오전 07:0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를 연 10%로 제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서면서 미국 금융권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카드사들은 신용 공급 위축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 핀테크 업체 빌트 테크놀로지스는 신규 카드 금리를 10%로 제한한 상품을 내놓으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빌트의 사례가 한시적·조건부 상품 전략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신용카드 금리를 구조적으로 강제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우세하다.

◇트럼프에 강하게 반발하는 월가…“핵심 수익구조 훼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 20~30%의 금리를 부과하는 신용카드 회사들로부터 미국 국민이 더 이상 ‘갈취당하게’ 두지 않겠다”며, 1년 한시적으로 신용카드 금리를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을 전면에 내세운 조치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과는 별도로 소비자 차입 비용을 직접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미국 주요 은행들은 이번 주 실적 발표와 공개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카드 산업의 핵심 수익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마크 메이슨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금리 상한은 카드 산업의 사업 모델에 경제적 충격을 주며, 가장 신용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경제에 상당한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산토마시모 웰스파고 CFO도 “이 같은 상한이 의무화될 경우 광범위한 계층에서 신용 가용성이 크게 훼손되고,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체이스의 반응은 더 강경했다. 제러미 바넘 CFO는 13일 “모든 대응 수단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정당화되지 않은 지침으로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금리 상한이 현실화될 경우 카드 신용 한도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물밑에서 백악관과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카드사 스티커가 한 상점에 붙어 있다. (사진=AFP)
◇미국 평균 신용카드 금리 19.6%…다른 나라 대비 높은 이유

미국의 신용카드 금리는 선진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1월 기준 미국의 평균 신용카드 금리는 약 19.6%로 집계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는 미국 전체 소매 결제의 약 70%를 차지하며, 사실상 미국 소비 경제의 핵심 결제 수단이다. 한국의 경우 카드론은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14~18%대 수준이며, 리볼빙 금리는 17~18% 선에서 형성돼 있다.

업계는 이러한 고금리의 구조적 배경으로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세분화하는 ‘위험 기반 가격(risk-based pricing)’ 체계를 꼽는다. 카드사는 신용점수, 소득, 연체 이력, 부채 비율 등에 따라 금리를 크게 차등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저신용 차주에게는 부실 위험을 반영해 두 자릿수 중·고금리가 부과되며, 이는 평균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가 광범위한 계층에 신용 접근성을 제공하는 대신, 금리 수준이 높게 형성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미국 카드 시장의 과열된 리워드 경쟁도 금리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카드사들은 항공 마일리지, 캐시백,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해 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당 부분을 이자 수익과 가맹점 수수료로 충당해 왔다. 특히 프리미엄 카드 중심의 고비용 보상 구조가 확산되면서, 금리는 단순한 차입 비용을 넘어 리워드 비용을 보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미국에서는 신용카드가 단기 결제 수단을 넘어 의료비, 교육비, 생활비, 소상공인 운영자금 등 무담보 소비자 대출 역할까지 수행해 왔다. 은행 대출보다 위험도가 높은 사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카드사들이 금리에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온 점도 금리 수준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핀테크 빌트 10% 신카 3종 출시…“구조적 해법은 아냐”

은행권은 이런 구조 속에서 금리를 10%로 일괄 제한할 경우 신용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서도 금리 상한이 도입될 경우 상당수 카드 고객이 비수익 고객으로 전락해, 카드사들이 신용 한도 축소나 발급 기준 강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소비 위축과 함께 신용카드에 의존해 온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애런 클라인 선임연구원은 “10% 상한은 신용 가용성을 줄이고 규제가 덜한 대체 금융으로 소비자를 몰아넣을 수 있다”며, 특히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소상공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밴더빌트대 산하 정책 연구기관인 밴더빌트 팔러시 액셀러레이터의 브라이언 시어러 경쟁·규제정책 국장은 “카드 산업의 높은 수익성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가 의미 있는 수준의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업체 빌트의 선택은 논쟁에 새로운 변수를 던지고 있다. 빌트는 신규 계좌의 신규 구매에 한해 1년간 금리를 10%로 제한하는 신용카드 3종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는 모든 고객과 모든 잔액에 적용되는 금리 상한이 아니라, 신규 유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선별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는 기존 카드사의 사업 모델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트의 10% 금리는 기존 잔액이나 현금서비스, 카드론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돼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또 연회비 카드 도입, 리워드 구조 조정, 제휴 네트워크 확대 등으로 금리 인하로 줄어드는 수익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카드 산업 전반에 강제 적용되는 금리 상한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월가에서는 빌트 사례를 정부가 “10% 상한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상징적 사례로 보면서도, 전면적 금리 상한의 구조적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으로, 대통령의 압박만으로 단기간 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 완화’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드라이브가 계속될 경우, 금융권과의 긴장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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