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세계은행 중국 국장을 지낸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연준에 대한 조치로 미국 제도적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며 “달러 보유가 안전 수단으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당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국경간 거래 중 약 절반이 현재 위안화로 이뤄진다. 15년 전만 해도 거의 없던 수준이다. 과거엔 중국 기업들도 대부분 달러로 무역 대금을 결제했지만, 이제는 자국 통화로 직접 거래하는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 대안으로 위안화 기반 결제망을 확대하고 있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데, 미국이 이를 통해 제재 대상국의 자금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중국이 만든 국경간은행간결제시스템(CIPS)은 이런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달러 결제망에서 차단되자 중국과 러시아 간 자금 흐름의 통로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CIPS 일일 거래량은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사진=AFP)
베이징은 아르헨티나 등 워싱턴 영향권 개도국에 위안화 대출을 확대하며 미국과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국가들이 위안화를 보유하고 사용할 유인을 만드는 전략이다.
중국은 위안화 표시 자산 시장도 키우고 있다. 홍콩·런던 등 역외 금융 허브에서 ‘딤섬 채권’(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보다 낮은 중국 금리를 활용해 국제 기업들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나틱시스 경제학자는 “딤섬 채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위안화 자산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달러 지배력은 여전하다. SWIFT 네트워크 결제의 47%와 무역금융의 80%를 달러가 차지한다. 위안화는 각각 3%와 8%에 그쳐 격차가 크다.
위안화가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자국 통화의 해외 반출과 환율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이 위안화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도 위안화가 달러의 모든 역할을 대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면 중국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 애트릴 호주국민은행 외환전략 책임자는 “연준 자율성 상실은 달러 지배력 종말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수사가 금리 인하 갈등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부양을 위해 유리한 금리를 원하며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다른 주요국의 2배, 3배, 심지어 4배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이 성공하면 오히려 달러 지위를 강화할 수 있지만,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