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각개격파 전략, 민관 공동 컨트롤타워로 맞서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0일, 오전 05:0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트럼프 2기는 미국 정부가 개별 기업을 상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는 시대다. 기업의 필요와 미국의 필요를 서로 반영하며 타결되는 구조여서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목적과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통상 질서를 이같이 진단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50여 개에 달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요구 사항을 5개까지 줄여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유지하는 것이 고관세 시대를 견디는 가장 큰 힘”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14~15일(현지시간) 이틀 새 발표된 엔비디아와 대만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되 수입 시 25% 관세를 매겨 세수를 확보했다. 엔비디아는 수출길이 열렸고 미국은 관세 수입을 얻었다. 대만은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TSMC 공장 건설 기간 중 신규 생산능력의 2.5배까지, 완공 후엔 1.5배까지 대만산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하도록 했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약값 인하와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제안했고 화이자를 시작으로 대부분이 개별 합의를 마쳤다.

유 교수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최혜국 대우(MFN) 시대는 끝났다’는 내용을 서면 제출했다”며 “국가·기업별로 관세율이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차등 대우의 시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협상 레버리지’(협상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거나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힘)는 메모리 반도체, 조선, 원전 등 분야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이다. 유 전 본부장은 “반도체나 전력기기처럼 AI 인프라 쪽 수요가 있는 것은 고관세 시대에도 견딘다”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수입업자들이 ‘관세를 부담하겠으니 물건만 공급해달라’고 할 정도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기업은 미국의 정책 목적과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고려한 전략을 갖고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필요도 반영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시대 통상 협상은 끝나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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