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 그린란드 매입 시도 등으로 기존 국제법 질서를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성남 글로벌미래전략센터장(전 외교부 제1차관)과 최병일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은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2기 1년을 맞이해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안보 통합 시대가 도래했다”며 “한국은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기업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남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국제법보다는 국가 이익이, 원칙보다는 힘이 앞서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 관계는 항상 힘과 원칙이 공존해 왔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힘이 더 분명한 위치를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됐다”며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법의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한국은 대규모 투자(3500억 달러)를 대가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전형적인 ‘거래적 동맹’이다. 최병일 원장은 “유럽은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인데 한국과 일본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돈을 대면서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하는 등 사실상 미국이 ‘갑’인 구조다”며 “이런 식의 협약이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자 미 워싱턴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도 “미국은 더는 자유무역과 글로벌 상거래 시스템에 대해 ‘보험자’ 역할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제 한국이든 일본이든 모두가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에 대해선 더 큰 비용을 내야 하지만 훨씬 제한된 보호만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중 30년 불확실성…관세 전쟁 속 갈등 증폭
미·중 관계의 향방도 한국의 외교·경제적 판단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임성남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미·중 관계는 30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어왔는데 앞으로도 불확실성의 시대가 30년은 더 갈 것이고 갈등의 진폭도 훨씬 깊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디커플링(완전한 단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임 센터장은 “미국은 지난해 11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유연한 현실주의’를 택하면서 중국과도 공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디커플링이라는 말은 더는 워싱턴에서 안 쓴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미·중 경쟁의 핵심은 기술 경쟁이다. 인공지능(AI)은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생태계를 양분할 것이다”며 “한국은 미국에 투자한 게 지속 가능할지 경제 안보 논리로 확인하면서 장애물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도 당분간 지속하겠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포센 소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적이나 경쟁국의 행동을 바꾸려는 수단보다는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며 “일관된 규칙도 없고 그때마다 재협상을 통해 바꾸려고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필요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온 신 패권주의 시대의 해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안보 통합 대응’과 ‘기업 외교 강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경제와 안보의 개념을 따로 볼 게 아니라 하나로 융합하고 민관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기민하게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도 외교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게 공통된 메시지다. 최 원장은 “이제는 경제 안보의 시대다”며 “예전에는 안보 따로, 경제 따로였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타산성이 맞아도 안보 논리 측면에서 불가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 분야도 경제를 잘 알아야 하고 경제 분야도 안보와 잘 협의해야 한다”며 “우리처럼 제조업 중심의 국가에선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아주 기민하고 섬세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컨트롤타워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 “정부 조직으로 만들되 민관이 함께 참여하고 정부 부처 간 연계를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여야 한다”며 “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기업 외교의 시대’라는 화두를 던지며 기업의 역할과 과제에 주목했다. 그는 “대기업은 이미 대부분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견·중소기업도 이제는 국제적인 흐름, 안보적인 동향에 관심을 두고 계속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며 “이제는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의 시대다”고 강조했다.
포센 소장은 한국 기업에 조선·반도체·전기차 등 중국 대체 분야 미국 생산 확대, 투자 약속의 장기 분산(합의 거부가 아닌 미국에 질문하며 10년 이상 분산하는 전략), 연기금·민간자금의 글로벌 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