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유선전화가 좋아”…AI 피로감에 ‘아날로그’ 생활 인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0일, 오후 05: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소셜미디어(SNS)부터 콜센터, 자율주행자동차, 외국어 학습 등까지 인공지능(AI)이 일상생활에 깊숙히 파고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SNS에 수익 창출을 위한 AI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의도적으로 이를 피하는 ‘아날로그 라이프’가 확산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미국의 미술 및 공예용품 업체 마이클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회사 웹사이트에서 ‘아날로그 취미’ 검색량이 136% 증가했다. 공방 키트 매출은 전년대비 86% 늘었고, 올해도 30~40% 추가 성장이 예측된다. 뜨개질 키트 검색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200% 폭증했다.

스테이시 시브리 마이클스 최고상품책임자(CMO)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둠스크롤링’(doomscrolling·무의미한 SNS 탐색)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많은 이들이 공예 활동을 정신적 휴식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아날로그 라이프는 일시적인 ‘디지털 디톡스’가 아닌, 일상적인 속도를 늦추고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방식으로 삶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올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재밌는 점은 아날로그 라이프 트렌드가 SNS를 통해 확산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AI 혐오자’라 칭하는 캐나다 여성 쇼니시 바커(25)는 집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며 외출할 때는 ‘덤폰’(dumb phone·피처폰)을 소지한다. 컴퓨터 사용을 스스로 제한하고 메모는 손으로 필기한다. 외부 사교 활동으론 공예 활동이나 와인 모임을 즐긴다. 라디오와 LP 레코드를 들으며 자란 덕분에 카세트테이프, DVD, VHS, LP 등 방대한 컬렉션도 보유하고 있다.

바커는 이러한 자신의 생활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데, 그를 따라 아날로그 라이프를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모임을 주최하거나 아날로그 일상생활을 홍보하기 위해 틱톡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내 모습이 모순 덩어리 같다”고 자조했다. 바커는 한때 보이밴드 ‘원디렉션’ 팬클럽으로 SNS 활동도 활발하게 했지만 “이젠 인터넷의 모든 것이 수익을 위한 것이다. 더 이상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AFP)
심지어 AI 연구자이자인 애브리엘 엡스 UC리버사이드대 조교수도 매주 일요일을 ‘화면 없는’ 날로 지내고 있다. 그는 “AI가 만들어내는 엉터리 콘텐츠들은 시청하는 행위 자체가 피곤할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독창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피로감을 준다”고 비판했다.

엡스 조교수는 아날로그 라이프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기술을 완전히 거부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포티파이 대신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 대신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부분적인 실천도 포함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상 정보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나에 대한 정보를 가져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에 가깝다”고 정의하며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는 시도, 예를 들어 물리적 자명종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라이프 유행에는 AI 또는 기계가 이미 인간을 대신하거나 앞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위기 의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CNN은 “아날로그를 경험했던 세대는 암울한 소식만 쏟아내는 디지털 세상과 AI 관련 허튼소리에 지쳐있거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인간 대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불만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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