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필요하다" 트럼프, 다보스서 유럽 흔들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후 02:59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연설에 나선다. 그린란드 인수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그린란드는 국가·세계 안보에 필수”…트럼프, 압박 수위 높이나

20일(현지시간) CNN, 타임(TIME),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가 이번 연설에서 그린란드 인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출국 전 기자들에게 “다보스에서 그린란드 관련 회담을 여러 차례 할 것”이라며 “모두에게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어디까지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켜보라”고만 답했다.

트럼프는 연설 직전 자신이 그린란드에 미국 국기를 꽂는 AI 생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이미지에는 “미국 영토. 2026년 설립”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는 “그린란드는 국가·세계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도 썼다.

◇유럽 8개국에 관세 위협…“6월부턴 25% 부과”

트럼프는 지난주 그린란드 인수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대상국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다. 관세율은 다음 달 1일 10%에서 시작해 오는 6월 1일 25%까지 올라간다. 이는 기존 관세(영국 10%, EU 15%)에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다보스 연설에서 이 관세 일정을 재확인하거나 더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트럼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조롱하며 프랑스 와인과 샴페인에 최대 2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게시한 가상의 이미지. ‘그린란드, 미국령’이라고 표시돼 있다. (사진=트루스소셜)
◇EU “강압엔 대응”…930억 유로 보복관세 검토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연설에 앞서 선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 연설에서 “끝없는 새 관세 축적은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토 주권을 협박 수단으로 삼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형태의 유럽 독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지난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유보했던 930억 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EU의 가장 강력한 경제 대응 수단인 ‘반강압 도구(Anti-Coercion Instrument·ACI)’ 발동을 주장하고 있다. ACI가 발동되면 EU는 미국 기업의 EU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공공조달에서 배제하며,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제한을 걸 수 있다.

다만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ACI 사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ACI 발동에는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의회는 오는 26~27일 예정됐던 미-EU 무역협정 비준 표결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측근들 “외교적 해법” 모색…유럽은 ‘우회로’ 제안 준비

CNN에 따르면 유럽 고위 관계자들은 다보스를 무대로 긴급 외교 개입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트럼프 측근들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우려를 표하며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양측이 검토하는 방안에는 △미국의 그린란드 내 군사기지 확대를 허용하는 기존 조약 확장 △경제·상업 협정 추가 △그린란드를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mpact of Free Association)’ 체제로 편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자유연합협정은 팔라우,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연방과 미국 간에 체결된 형태로, 해당 지역의 현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에 안보 접근권을 확대해주는 대신 재정 지원을 받는 구조다.

1951년 미국-덴마크-그린란드 간 협정을 재협상해 중국의 그린란드 투자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도 초기 논의 대상이라고 CNN은 전했다.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의 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표지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재집권 1년 성과·‘평화위원회’ 확대 발표할 듯

트럼프는 또 이번 연설에서 자신의 재집권 1년간의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출국 전 “무엇보다 1년간의 엄청난 성공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문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는 당초 가자지구 재건 감독을 목적으로 만든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유엔(UN)에 필적하는 국제기구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 일부 동맹국들은 이 기구가 유엔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참여를 거부했다.

◇“트럼프가 무슨 말 할지 아무도 모른다”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다보스에 도착하는 트럼프를 기다리는 유럽 관계자들의 분위기를 “전전긍긍”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 자신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세계 질서의 균열’과 ‘강대국이 규칙에 구속된다는 유쾌한 허구의 종말’을 경고했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다보스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하며 “그와 짝짓기하거나 잡아먹히거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다보스포럼 연설은 지난 2018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2018년 연설에서 그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미국 홀로’(America alone)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동맹들을 안심시켰다. 이번에도 같은 메시지를 낼지, 아니면 강압적 독트린을 공식화할지가 이번 연설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기간 중,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하우스 다보스(Ukraine House Davos) 밖에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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