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여전히 저평가…밸류업으로 日보다 빠른 성과 기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후 06:4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760억 달러(약 259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대한민국 증시가 기록적인 랠리 이후에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보다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크리스천 헥 퍼스트이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일부 시행착오를 건너뛸 수 있다”며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는 2026년 들어 약 16% 상승했다. 지난해 76%의 급등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유세 당시 제시한 목표치인 5000포인트 선에 근접했다.

헥 매니저는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유사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2014~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시장 재평가는 수년 뒤에야 이뤄졌다. 그는 “일본의 진정한 변곡점은 2023년이었다”며 “도쿄증권거래소가 장부가치 미만으로 거래되는 기업들에게 해명과 개선 계획을 강제하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 개혁 사이클의 후반부, 즉 더 강력한 단계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투자자 친화적 관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조1000억원, 소각 규모는 21조4000억원에 달했다. 현금배당도 전년 대비 11.1% 증가한 5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6개월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세계 주요 주가지수 (단위: %, 자료: 블룸버그)
*1월 20일 기준, 현지 통화 기준 총수익률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코스피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로,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보다 약 9% 낮다. 디스카운트 폭이 2022년 이후 가장 좁아졌음에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퍼스트이글은 약 30년간 한국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삼성생명(032830), KT&G(033780), 현대모비스(012330)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헥 매니저가 공동 운용하는 170억 달러 규모 퍼스트이글 오버시즈 펀드의 1년 수익률은 약 44%로, 동종 펀드 중 상위 9%에 드는 성과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 전략가들은 랠리가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고 국내 개인투자자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헥 매니저는 “개별 기업 단위로 보면 한국에서 계속 좋은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의 우량 기업들이 있고, 대한민국 경제는 정밀 제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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