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금은방에 골드바와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들어서만 상승률은 약 40%에 달한다. 지난해 147% 급등한 데 이어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LSEG 집계 기준 1983년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과 다른 귀금속 가격도 동반 강세다. 현물 금은 이날 온스당 4980달러대에서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주간 상승률은 약 8%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강한 흐름을 기록했다. 백금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1온스를 사는 데 필요한 은의 양을 뜻하는 금·은 비율은 50배 수준까지 떨어지며 1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최근 은의 상대적 강세가 상당히 과도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은값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지정학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함대가 이란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중동 지역 긴장이 재부각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계기로 불거진 그린란드 문제까지 겹치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미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 역시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개인 투자자와 모멘텀 추종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형 은괴와 은화 매입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차례 파도를 이루듯 유입됐고, 실물 은을 담보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자금이 몰렸다.
영국 스톤엑스의 로나 오코넬 애널리스트는 “은 시장은 스스로 추진력을 키우는 투기적 광풍 국면에 들어섰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금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은이 더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모두가 뛰어들고 있지만 부의 경고 신호도 동시에 깜빡이고 있다”며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급격한 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급 구조 역시 가격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글로벌 은 시장은 5년 연속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올해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귀금속 컨설팅 업체 메탈스포커스에 따르면, 런던 상업용 금고에 보관돼 단기간에 동원 가능한 은 재고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억3,600만 온스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줄었다. 이후 일부 회복됐지만, 2021년 초 ‘레딧 랠리’ 당시 약 3억6,000만 온스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연간 은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재활용 물량도 가격 급등에 따라 증가하고 있지만, 고급 정련 설비 부족으로 스크랩이 시장에 빠르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공급 제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상품거래소(COMEX) 은 재고 역시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1억 온스 이상 감소하며 유동성이 빠듯해진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열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위드머 전략가는 “펀더멘털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은 가격은 온스당 60달러 안팎”이라며 “태양광 패널 수요는 이미 지난해 정점을 찍었고, 기록적인 가격 수준은 산업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데이비드 윌슨 수석 상품전략가 역시 “지난해 말 이후 투자자 주도로 형성된 급등세를 감안하면 차익 실현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며 “실물 시장의 긴장 완화 조짐이 이어질 경우 조정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은 귀금속이자 동시에 전자·태양광 산업의 핵심 원자재로 쓰이는 금속인 만큼, 가격 급등이 실물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제로 일부 시장에서는 대체 소재 사용 확대와 태양광 설치 증가세 둔화로 올해 태양광 부문의 은 소비가 두 자릿수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