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최고위급 숙청 혐의는 "美에 핵 기밀 유출·뇌물 수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6일, 오전 08:0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국군 내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미국에 핵무기 기밀을 유출하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유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이 지난 2024년 4월 22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개막식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국방부는 지난 24일 장유샤(75) 부주석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면서 “심각한 기율 위반과 불법 행위”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WSJ는 같은 날 오전 군 고위 장교를 대상으로 열린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단독 입수해 구체적 혐의들을 공개했다.

브리핑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주석은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의 핵심 기술 데이터를 미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브리핑에서 공개된 혐의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WSJ는 전했다.

장 부주석은 또 전 국방부장 리상푸의 승진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고, 정치적 파벌을 형성하며, 중앙군사위 내에서 권한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장 부주석은 군사 장비 조달을 담당하는 기관을 감독하면서 이 대규모 예산 시스템에서 승진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공업집단 전 총경리가 증거 제공

장 부주석에 대한 증거 일부는 중국핵공업집단공사 전 총경리 구쥔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핵공업집단공사는 중국의 민간 및 군사 핵 프로그램의 모든 측면을 감독하는 국유 기업이다.

베이징은 지난 19일 구쥔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다. 브리핑에서 당국은 구쥔 조사가 장 부주석을 중국 핵 부문 내 보안 침해 사건과 연결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침해에 대한 구체적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선양군구 재임 기간 집중 조사

시진핑 국가주석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선양군구 사령관을 지낸 장 부주석의 재임 기간을 심층 조사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조사팀은 동북부 선양시에 도착했으며, 장 부주석의 영향력이 남아있을 군사 기지 대신 현지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주석과 함께 류전리(61) 연합참모부 참모장에 대한 조사도 발표됐다. 당국은 이미 이들과 함께 계급을 올린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수천 명의 장교가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시진핑 측근도 예외 없어

장 부주석은 당 중앙정치국원이자 시 주석에 이어 중국군 서열 2위다. 시 주석과 함께 혁명 원로 및 고위 당 관료의 후손인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산시성 웨이난 출신인 그의 부친 장쭝쉰 상장과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전 부총리는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 군대가 권력을 장악한 중국 내전 당시 함께 싸운 전우였다.

말단 병사로 시작해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아 연합참모부 참모장까지 오른 류전리는 허베이성 롼청 출신이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 차이나 스트래티지스 그룹의 크리스토퍼 존슨 대표는 “이번 조치는 중국 군사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고위 지휘부의 완전한 전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최고 중국 분석가를 역임한 존슨 대표는 “시 주석의 개인적 친구인 장유샤조차 숙청된 것은 이제 시 주석의 반부패 열정에 한도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2년 반 동안 50명 넘게 숙청

WSJ가 검토한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여름 이후 50명 이상의 고위 군 장교와 국방 산업 임원이 조사를 받거나 해임됐다. 육군, 공군, 해군, 전략미사일부대, 준군사 경찰의 최고 장교들과 대만에 초점을 맞춘 전구 사령부가 모두 포함됐다.

중앙군사위원회는 2022년 현 임기 시작 당시 6명의 직업 군인 위원을 뒀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 상장 단 한 명만 남았다.

전투 경험이 있는 장유샤·류전리와 달리 장성민은 충성도 강화와 사기 진작을 담당하는 정치 장교로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다.

◇군 대비태세 영향 우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안보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테일러 프라벨은 “대규모의 정교한 군사 조직을 감독하는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최고위직 공백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에서 중기적으로 인민해방군이 주요하고 복잡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현재 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분석가들은 고위 계급 공동화로 전투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대만 침공의 즉각적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은 올해 무역·안보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먼저 대만 문제에 대한 거래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안보에 대해 흔들린다면 미국의 결의에 대한 타이베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25일자 사설에서 “이들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책임 체계를 심각하게 짓밟고 약화했다”며 “이번 조사와 처벌은 인민군의 탈피와 부활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중·프랑스 기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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