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일본 국채 시장에서 이례적인 장기금리 급등이 발생한 직후 엔화가 두 달여 만의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미국과 일본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 급변이 일본에 그치지 않고 미국 국채 시장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커지면서 당국의 ‘시장 안정 신호’ 자체가 엔화 강세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전장 대비 1.4% 하락한 153.31엔을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 하락 폭은 약 3%로 지난 2024년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국면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엔화는 두 달여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달러 인덱스는 97선까지 하락하며 달러 전반의 약세 흐름을 반영했다.
엔화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미·일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시장 신호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환율 방어 개입설이 확산한 가운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엔화 환율 동향을 점검한 사실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일 양국이 환율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전조로 해석했고 공식 발표 없이도 엔화 숏 포지션(엔화 매도) 청산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일본 국채(JGB)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장기 국채 금리가 단 하루 만에 0.25%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흐름이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가운데 엔저가 심화하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고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를 전면에 내세운 확장 재정 기조가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시장은 특히 일본 국채 급락(금리상승)이 미국 국채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특히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일본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미 국채 매도가 동반되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피너클인베스트먼트의 앤서니 도일 최고투자전략가는 “엔화가 크게 밀리면 일본은 방어에 나서야 하고 가장 빠른 수단은 외환보유액 매각이다”며 “이는 곧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엔 약세를 제어한 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고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본과 공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