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10% 급락에 기술주 흔들…저가매수는 유효[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30일, 오전 07:0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부각되면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마감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부각되며 급락했지만, 시장은 이를 ‘성장 스토리 붕괴’가 아닌 ‘속도 조절’로 해석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달러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금은 고점에서 밀리고 유가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13% 하락했다. 장중 한때 1.5%까지 밀렸던 지수는 경기 민감주 중심의 매수세 유입으로 낙폭을 줄였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0.72% 하락한 2만3685.12를 기록했으며,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1% 오른 4만9071.56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반적으로 AI에 대한 중장기 성장 기대는 유지됐지만, 실적에 따라 업종·종목별 선별 장세가 본격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투자 부담에 10%↓ 시총 3570억달러 증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린 여파로 주가가 10%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3570억달러가 증발했다. AI에 대한 막대한 선행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 기술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진=AFP)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10%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총이 3570억달러 줄어들었다.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3조22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번 급락은 전날 장 마감 후 공개된 실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2월까지 석 달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자본지출(CAPEX)이 전년 대비 66% 급증한 375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성장 동력인 애저(Azure)와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 성장률은 39%로, 시장 예상치(39.4%)를 소폭 밑돌았다.

또 윈도우를 포함한 ‘개인용 컴퓨팅’ 부문의 회계연도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26억달러로 제시돼, 시장 기대치인 137억달러에 못 미쳤다.

시장에서는 AI 수요 부족보다는 인프라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자원을 외부 고객보다 내부 용도로 우선 배분한 점이 클라우드 성장률을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분기에 새로 가동된 GPU를 모두 애저에 배정했다면 핵심성과지표(KPI)는 40%를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애저에는 실행상의 문제가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더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AI 투자 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UBS의 칼 카이어스테드가 이끄는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365(M365) 코파일럿 등 내부 AI 제품에 연산 자원을 우선 배분한 전략에 의문을 제기했다. UBS는 “코파일럿이 M365 매출 성장 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부족하며, AI 모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자본 집약적”이라며 “이 투자가 정당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실적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향후 클라우드 계약 잔액 6250억달러 가운데 약 45%가 오픈AI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특정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클레이스의 비누 크리슈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투자 규모가 너무 커진 만큼, 이제 시장의 관심은 투자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확실하게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니시 카브라도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노출도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월가의 시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번스타인의 마크 모어들러가 이끄는 애널리스트들은 “경영진이 단기 주가 부양보다 장기적으로 회사에 최선이 되는 선택을 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옹호했다. 인프라 병목이 완화되면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메타·애플은 대비…AI 투자 속 실적 가시성 부각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대규모 매도세는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으로 확산됐다. 서비스나우는 4분기 실적과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주가가 9.9% 급락했다. 오라클과 세일즈포스 주가도 각각 2.2%, 6.1% 빠졌다. 소프트웨어 업종을 추종하는 ETF인 IGV는 이날 4.9% 급락하는 등 최근 고점 대비 20%가량 낮아져 약세장 국면에 들어섰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나벨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는 “주요 지수가 저점에서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변동성은 커졌지만 중기 추세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메타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메타는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제시하면서 주가가 10.4% 급등했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을 최대 135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장마간 이후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아이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애플은 2026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지난해 10∼12월)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43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384억8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2.84달러로, 시장 예상치(2.67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421억달러로, 전년 동기(363억3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실적 개선은 아이폰이 주도했다.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23% 급증한 85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7 시리즈가 강한 수요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국(대만·홍콩 포함)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해당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38% 급증한 25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머스크의 스페이스X, IPO 앞두고 xAI와 합병 논의”

테슬라도 AI와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 올해 200억달러를 투자하고, 일론 머스크의 xAI에 20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방침을 내놨다. 주가는 3.5% 빠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기업 xAI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머스크의 우주·AI·소셜미디어 사업이 하나로 묶이며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머스크는 구글, 메타, 오픈AI 등과의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주 공간을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무대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합병안에 따르면 xAI 주식은 스페이스X 주식으로 교환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네바다주에 두 개의 법인이 지난 21일 설립됐으며,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존슨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거래 규모와 구체적인 시점, 최종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내부자 지분 거래에서 기업가치가 8000억달러로 평가되며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xAI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11월 기준 2300억달러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 시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xAI를 통해 테네시주 멤피스에 ‘콜로서스’로 불리는 대형 AI 학습용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그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AI를 가장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는 곳은 우주가 될 것”이라며 “2~3년 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기반 AI 연산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주 환경에 맞춘 설비 구축 비용과 기술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리 사상 최고치…비트코인 약세 이어져

자산시장 전반에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8만4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국과 중국발 수요 기대가 맞물리며 금, 은에 이어 구리 가격도 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 기대에 더해 중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투기 매수가 겹치면서 금속 시장 전반으로 ‘광풍’이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3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6.20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6.583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구리 광산업체에 투자하는 글로벌 X 구리 광산 ETF도 장중 99.9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도 구리 가격은 한때 톤당 1만45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장중 상승폭은 최대 11%에 달해 2009년 이후 가장 큰 일중 변동성을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21% 급등했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중국발 매수세다. 아시아 거래 시간대, 특히 중국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간에 대규모 매수 주문이 쏟아지며 가격이 단시간에 급등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는 구리 선물이 톤당 11만4000위안(약 1만64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마크 톰슨 전 트라피구라 트레이더는 “이런 시장은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며 “공급 차질이 한 번만 발생해도 구리는 2만달러를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물 수요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실물 소비의 약 절반을 차지하지만, 최근 중국 내 실제 수요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LME 시장에서 공급 여유를 시사하는 콘탱고(선물 고가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美, 이란 군사행동 가능성에 국제유가 3% 급등…6개월래 최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3% 가량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0.71달러로 전장 대비 3.4% 올랐다. 브렌트유가 근월물 종가 기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5.42달러로 전장보다 3.5% 올랐다. WTI 선물 가격도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인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동 지역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OPEC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자극하기 위해 보안 병력과 지도부를 겨냥한 제한적 군사 타격을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이란 당국이 전국적인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유도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아랍권 당국자들은 공습만으로는 이란 신정 체제를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보복 조치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VM의 존 에번스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인접국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발생할 파급 효과가 시장의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유가에 반영되는 위험 프리미엄도 확대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관련 충돌 가능성으로 유가에 배럴당 3~4달러 수준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추가됐다”며 향후 긴장이 더 격화될 경우 3개월 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이날 이란의 시위 강경 진압과 관련해 신규 제재도 채택했다.

다만 유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들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상을 재차 제안하면서 전쟁 종식 시 러시아산 원유 공급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미국 석유 메이저 셰브론이 텡기즈 유전의 정상 가동을 조만간 회복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공급 차질이 해소될 경우 시장에 추가 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약세 역시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달러화는 미국 경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2022년 초 이후 최저 수준 부근에 머물고 있으며,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원유 가격을 해외 수요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든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점도 원유 수요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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