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타이밍에 찾아온 유로 강세"…유럽경제 '이중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30일, 오전 09:5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10일 만에 3% 넘게 급락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이 의도적이든 실수든 달러 약세를 유도한다면, 다른 통화들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AFP
유럽 시장 전문가인 마커스 애시워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9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유럽이 대부분의 국가보다 (달러 약세에) 더 취약하다”며 “유로화가 이미 상대적으로 강세”라고 진단했다. 애시워스는 런던 하이통증권에서 수석 시장 전략가를 역임했다.

스티븐 젠 통화경제학자는 “이것이 달러화의 다음 하락 국면 시작일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를 여전히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러 약세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유로화는 전날 달러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2021년 이후 달러 대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수준은 과거 유럽의 수출 주도 경제에 고통을 야기했던 구간이다. 스위스 프랑화도 10년 만에 달러 대비 최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 강세, 최악의 타이밍

애시워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통화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1월 구매관리자지수를 감안할 때 여전히 경기침체에 근접해 있다. 프랑스는 1% 미만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태다.

루이스 데 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지난해 7월 유로화가 1.20달러를 넘으면 “복잡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마르틴 코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주 유로화의 추가 강세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면 ECB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가 유로화 대비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ECB 이사회 멤버도 링크드인에 통화정책 논의 시 환율을 고려할 것이라고 썼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오는 2월 5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로존의 대규모 국방·인프라 지출 증가는 실현까지 시간이 걸린다. 유럽연합(EU)의 남미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유럽의회에 의해 지연됐다. 인도와의 잠정 합의도 연간 40억유로(약 6조8500억원)의 관세 감축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13일(현지시간) 독일 브레머하펜의 터미널 부두에서 크레인들이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마리보 머스크(Maribo Maersk)’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의 ‘천재성’일까

애시워스는 “ECB 정책입안자들과 EU 정치인들에게 좌절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은 통제했지만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주적 불공정성을 더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훨씬 더 강함에도 불구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트럼프가 이것이 자신의 천재성의 결과라고 주장할 것은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이상한 상황은 금리 전망에 대한 시장 인식이 주도하고 있다”며 “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거의 확실히 트럼프 친화적인 금리 인하론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조적으로 ECB는 침체 위기의 유로존 경제를 돕기 위해 예금금리를 2%로 절반 낮춘 뒤, 이제 통화정책이 너무 완화적일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애시워스는 이를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신흥시장 대부분은 달러 약세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밖에서 고수익 자산을 찾으면서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주 기준환율을 조정해 위안화를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도록 했다. 일본도 지난 23일 엔화를 약 3% 절상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애시워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ECB는 통화가 같은 방향으로 계속 향한다면 유로존 정치인들로부터 심각한 항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피하는 좋은 방법은 매파적 정책입안자들이 금리를 더 높이고 싶어한다는 위험한 인식을 미묘하게 되돌리는 것”이라며 “유로화 상승 속도가 가속화된다면 완화 편향을 암묵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조기에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달러 인덱스 추이 (단위: 포인트, 자료: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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