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이하 현지시간)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이날 차기 연준 의장에 워시 전 이사가 유력하다는 주요 외신 보도 이후 베팅시장에서 워시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 확률은 93%로 치솟으며 사실상 확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50%에 육박하며 1위를 달리던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의 확률은 순식간에 4.3%로 급락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이데일리DB.
1970년 뉴욕주 올버니에서 태어난 워시는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학 학사 학위를,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에서 인수합병(M&A) 부문 부사장 겸 전무로 일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국장 겸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2006년 부시 대통령이 그를 연준 이사로 지명했을 때 그의 나이는 35세로,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였다.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과 월가 사이의 핵심 연락책 역할을 했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케빈의 젊음이 일부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정치적·시장 감각과 월가의 수많은 인맥은 매우 귀중했다”고 평가했다.
워시는 금융위기 당시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 모건스탠리의 은행지주회사 전환 등 주요 구조조정을 중재했다. 특히 그는 전 직장인 모건스탠리를 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양적완화 반대하며 2011년 사임
하지만 워시는 연준의 양적완화(QE) 정책에 반대하며 2011년 3월 임기를 7년이나 남겨두고 사임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당시 연준의 6000억달러 국채 매입 계획을 비판하며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며 정기적인 검토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시는 연준 이사직 사임 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 UPS와 한국 이커머스 기업 쿠팡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개혁안을 작성해 영국 의회가 이를 채택하기도 했다.
워시는 2002년 에스티 로더 화장품 제국의 상속녀인 제인 로더와 결혼했다. 제인 로더의 순자산은 약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장인인 로널드 로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공화당 주요 기부자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베팅 추이 (단위: %, 자료: 폴리마켓)
워시의 통화정책 철학은 ‘인플레이션은 선택(Inflation is a choice)’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경제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거나 노동자 임금이 너무 많이 오를 때 발생한다는 연준의 전통적 관점을 거부한다.
대신 그는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쓰고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낼 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워시는 연준의 7조달러(약 1경원)에 달하는 비대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고 그 여력으로 금리를 낮춰 가계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WSJ 기고문에서 “제롬 파월 의장 하에서 연준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해왔다”며 “연준은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시는 또 연준이 재무부와 새로운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1951년 연준-재무부 협약처럼, 국가 부채 증가 시기에 연준과 재무부가 상호 목적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매파적’ 평가…금리 인하 속도 둔화 전망
워시의 지명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 선물시장에서 주요 지수 선물은 0.5~0.9% 하락했고, 달러지수는 0.4%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3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올랐다. 금값은 3%, 은값은 4% 하락했다.
시장은 워시가 의장이 되면 예상만큼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루 전만 해도 시장은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리더 블랙록 CIO가 차기 의장에 지명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워시의 입장은 복잡하다. 그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실책”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놓친 실수의 그림자가 여전히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주택 경기침체 상태”라며 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더보단 워시” 월가 거물들의 지원 사격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월가 거물들이 사석에서 트럼프 측근들에게 ‘릭 리더보다는 검증된 케빈 워시가 안전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이라는 특정 운용사 출신인 리더보다는 모건스탠리 출신에 연준 이사 경력까지 갖춘 워시가 의회 인준 통과나 시장 안정성 면에서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CNBC 연준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워시가 차기 의장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들은 워시가 파월 의장보다 비둘기파적이지만, 백악관으로부터 더 독립적으로 정책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싯에서 워시로…파월 수사는 변수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후보 최종 명단에는 워시 외에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CIO가 포함됐었다.
초반에는 해싯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해싯은 트럼프와 너무 가깝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누군가 밑에서 한동안 일했다면 정말 그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겠느냐”며 해싯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백악관 행사에서 해싯을 향해 “사실 당신을 현직(NEC 위원장)에 두고 싶다”고 말해 해싯의 백악관 잔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차기 의장 인준에 새로운 장애물로 부상했다. 틸리스와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떤 연준 의장 지명자 인준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와 리더 CIO도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워시가 최종 후보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만료된다.
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사진=AFP, 로이터, 블랙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