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지구 궤도를 돌며 24시간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 엔비디아, 블루오리진 등 경쟁자들까지 뛰어들면서 우주 AI 데이터센터가 실현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AFP)
챗GPT, 제미나이, 그록 같은 AI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전용 반도체가 집적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연산과 냉각에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해, 전력 확보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확충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데이브 매카시 연구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10배, 많게는 100배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3년까지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대부분 AI의 에너지 수요 때문으로 전력망 부담과 소비자 전기요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는 이처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지상 AI 데이터센터의 운영 비용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무엇?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아직 초기 단계 개념이지만, 수백 개의 태양광 발전 위성을 궤도상에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권 밖에서는 거의 24시간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지상 데이터센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냉각 문제를 줄일 수 있어 AI 연산 효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지상에서는 대형 컴퓨터 단지를 건설할 충분한 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주에서는 수백~수천 개의 데이터센터 위성을 운영할 공간이 훨씬 넓다.
규제 측면에서도 지상보다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절차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반면, 우주로 데이터센터를 쏘아 올리려면 미국의 경우 연방항공청(FAA)의 대량 발사 허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대규모 위성군(컨스텔레이션) 허가만 받으면 된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슈번에 위치한 디지털 리얼티 데이터센터(사진=AFP)
스페이스X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로켓 제조업체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의 일환으로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만약 우주 기반 AI 컴퓨팅이 미래라면, 스페이스X는 AI용 위성 군집을 직접 운영하거나 궤도상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머스크는 이달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주에 태양광 기반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AI를 가장 낮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장소는 우주가 될 것이며, 이는 2년, 늦어도 3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최대 5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달 자금의 일부는 AI 데이터센터 위성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테슬라와 합병 가능성과 기업공개(IPO)과 함께 xAI와 결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어떤 형태의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인프라 펀드와 중동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 수 있으며, 대규모 자금 조달이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은 어떤 시나리오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방향과 사업적 시너지가 달라질 수 있다. xAI는 스페이스X가 궤도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연산 능력을 활용해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 역량 역시 스페이스X가 우주 공간에서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또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을 활용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달과 화성으로 수송하는 방안도 논의한 바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사진=AFP)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끌고 있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이미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 기술을 연구 중이다. 베이조스는 “궤도에 있는 ‘기가와트급 거대 데이터센터’가 중단 없는 태양광 발전과 우주 공간으로의 직접 열 방출을 활용하면 향후 10~20년 안에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비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스타클라우드는 이미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지난달 팰컨9 로켓으로 발사된 스타클라우드-1 위성에는 엔비디아 H100 칩이 탑재됐으며, 구글의 오픈소스 AI 모델 ‘젬마를 학습·운영하는 개념 실증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 여러 위성을 모듈식으로 연결한 ‘하이퍼클러스터’를 구축해 약 5기가와트 규모의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도 ‘프로젝트 선캐처’를 통해 태양광 발전 위성과 엔비디아 GPU 대항마로 개발한 자사 텐서처리장치(TPU)를 연결한 궤도 AI 클라우드 구축을 연구 중이다. 구글은 파트너사인 플래닛랩스와 함께 2027년 시범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역시 향후 5년 동안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발사해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국영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중국 최대 우주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은 5개년 개발 계획을 통해 “기가와트급 우주 디지털 지능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8월26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10번째 스타십 시험비행을 진행하는 모습.(사진=AFP)
엔지니어들과 우주 전문가들은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주 쓰레기 위험,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하드웨어를 보호해야 하는 문제, 직접 정비가 어려운 점, 높은 발사 비용 등이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으로 최대 10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위성 네트워크를 발사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단일 5GW급 궤도 데이터센터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정도 규모를 가동하려면 태양광 패널 역시 엄청나게 커야 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스타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는 가로·세로 4km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지상 최대 데이터센터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이처럼 거대한 패널은 로켓으로 발사하기도 어렵고, 궤도에서 유지·제어하기도 매우 힘들다. 특히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에 취약하다.
위성 자체도 우주 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추가적인 보호 기술이 필요하다. 태양과 먼 별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cosmic rays)은 전자 장비를 쉽게 손상시킬 수 있다.
도이체방크는 2027~2028년 첫 소규모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기술과 경제성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 임무가 성공할 경우 수백 또는 수천 개 규모로 확장되는 대규모 위성군 체계는 2030년대에야 등장할 것으로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