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에 케빈 워시 지명…매파 출신의 금리 인하 시험대(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30일, 오후 10:4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지낸 워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월가 구제 과정의 핵심 인물로,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잇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어쩌면 최고가 될 것이라는 데 전혀 의심이 없다”며 “그는 모든 면에서 ‘중앙 캐스팅’ 같은 인물로,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파월 의장을 낙점하며 워시를 선택하지 않은 지 약 9년 만에 이뤄진 인선이다. 그는 지난 2020년 “당시 워시를 선택했어야 했다”며 파월 지명을 후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UPS)
◇매파 출신 워시, 금리 인하 동조로 선회

워시는 연준 내부와 정치권, 월가를 모두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에서 인수합병(M&A) 부문 부사장 겸 전무로 일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국장 겸 대통령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35세의 나이로 연준 이사에 임명돼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2006~2011년 연준 이사회 이사를 지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을 보좌해 월가와 공화당 지도부를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케빈의 젊음이 일부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정치적·시장 감각과 월가의 수많은 인맥은 매우 귀중했다”고 평가했다

워시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 통화정책은 연준의 독립성이 정치권 압박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시장과 연준 내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워시의 정책 성향 변화다. 워시는 연준 재직 시절과 퇴임 직후까지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경계하는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혔다. 2021년에는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양적완화)이 향후 더 큰 인플레이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금리는 상당히 더 낮을 수 있다”며 기준금리의 보다 빠른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는 1% 또는 그보다 더 낮아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연준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하자 파월 의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연준 의장이 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케빈 워시 지명자.(사진=AP/연합뉴스)
◇연준 독립성 논란 재점화…시장·인준 변수 부각

이 때문에 워시의 지명은 연준 독립성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수결로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지만, 의장의 발언과 리더십은 정책 방향과 시장 기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에서 ‘금리 인하 의지’가 사실상의 검증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연준의 제도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시 본인 역시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입장이 변화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0년 연준 이사 시절 ‘독립성에 바치는 송가(An Ode to Independence)’라는 연설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는 워싱턴의 변덕으로부터의 독립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준이 정책 실패에 대해 독립성을 방패로 삼아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중앙은행은 응석받이 왕자(pampered princes)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워시의 상원 인준 절차 역시 변수로 꼽힌다. 최근 미 법무부가 연준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은 지난 9일 파월 의장의 2025년 의회 증언과 관련해 연준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소환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의장은 이례적으로 영상 성명을 내 수사를 비판했으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법적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연준 인선을 막겠다고 밝힌 상태다.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 확인 이후 일단 달러화 강세가 유지됐고, 미 주가지수 선물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워시가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지만, 연준 이사 시절 인플레이션에 강한 경계심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파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되고,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선물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2026년 말까지 약 3%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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