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 의장 지명에 달러 급등…은 30%·금 1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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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전 05:1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자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가운데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연준 독립성 훼손과 달러 가치 약세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이어졌던 귀금속 랠리가 급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오후 2시30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현물 은 가격은 온스당 80.55달러로 30% 급락해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은은 올해 금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해왔으나, 이날 하루 만에 기록적인 조정을 받았다.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 맷 말리는 “최근 은은 단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자산이었고, 레버리지가 크게 쌓여 있었다”며 “이날과 같은 급락으로 마진콜이 대거 발생하면서 강제 매도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물 금 가격도 약 11% 하락한 온스당 4,812.71달러로 내려갔다. 금 가격은 전날 장중 온스당 5,600달러에 육박했던 고점에서 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금 선물 가격 역시 9.1% 떨어진 4980달러로 다시 5000달러선을 하회했다.

귀금속 가격이 급락하는 동안 달러는 강세로 급반전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장중 최대 0.9% 상승해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1월 한 달 기준으로는 약 1.4% 하락해 지난해 8월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워시 지명이 이번 변동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워시를 다른 후보들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보다 정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에 우호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워시는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금·은 급락은 다른 귀금속으로도 확산됐다. 플래티넘 가격은 하루 만에 18% 떨어졌고,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구리 역시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귀금속 시장이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컸던 한 달”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귀금속 관련 주식도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뉴몬트와 배릭 마이닝 주가는 각각 10% 안팎 하락했으며, 런던증권거래소세 상장된 프레스닐로도 5% 떨어졌다.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사상 최악의 하루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래 계좌 10개 그룹을 정지시키는 등 안정화 조치를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귀금속 시장의 과도한 쏠림 이후 나타난 ‘항복성 매도(capitulation)’로 보고 있다. 파뉴어 리버럼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톰 프라이스는 “전형적인 시장 고점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모두가 명확한 방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은행 시즈(Syz)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샤를-앙리 몽쇼는 “암묵적 변동성의 급등과 맞물려 볼 때,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돼 있었음을 시사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금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다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의 장기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XTB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총괄은 “시장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며 “달러 가치 훼손에 베팅한 거래는 당분간 멈췄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크테 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전략가는 “최근 가격 움직임을 고려하면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흐름 속에서 금의 중장기 투자 매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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