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체제의 첫 신호…달러 강세, 金銀 ‘항복성 매도’[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전 07:2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는 30일(현지시간) 달러 가치가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금·은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하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이후 외환·채권·원자재 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43% 하락한 6939.03을 기록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0.94% 떨어진 2만3461.816을 기록했으며,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6% 내린 4만8892.47에서 거래를 마쳤다.

◇매파냐 비둘기냐…“과도한 매파는 단순 접근”

이날 시장을 흔든 빅 이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어쩌면 최고가 될 것”이라고 공식 지명 사실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워시 지명이 연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일부분 완화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는 과거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워시가 실용적 성향의 정책 결정자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논의가 이어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연준 신뢰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이 운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워시의 오랜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이날 파애닌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그를 “영구적인 매파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드러켄밀러는 “워시를 항상 매파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며 “상황에 따라 양쪽 모두로 움직이는 것을 직접 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에 대해 “초기에는 회의적이었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금리 인하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팬데믹 초기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워시는 2011년 이후 드러켄밀러의 패밀리 오피스에서 파트너로 함께 일해왔다.

최근 워시의 발언 역시 과거의 매파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금리는 상당히 더 낮을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이는 기준금리를 1% 또는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북미 담당 수석부이코노미스트는 “워시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차선 중 최선의 결과 중 하나일 수 있다”며 “그의 오랜 매파적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거수기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상쇄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AI와 규제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워시의 강한 확신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구상은 장기 국채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스 판 헤펀 라보뱅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워시는 다른 잠재 후보들과 비교하면 매파 스펙트럼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인선 기준은 금리 인하에 동의하느냐는 점”이라며 “실제로 지명됐다면 과거만큼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워시 지명은 달러 약세를 전제로 한 거래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그 결과 금과 은이 크게 밀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워시를 과도한 매파로 해석하는 것은 단순화된 접근”이라며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장은 일단 ‘매파’로 해석…달러급등·금·은값 폭락

시장은 일단 그를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0.9% 가량 급등하며 1월 들어 기록했던 약세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89% 오른 97.14를 기록 중이다. 워시가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음에도 대규모 금리 인하에는 신중하고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인물로 평가되면서, 한동안 시장을 비재했던 이른바 ‘달러 가치 하락(debasement)에 베팅한 거래’가 되돌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독립성 훼손과 달러 가치 약세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이어졌던 귀금속 랠리가 급제동이 걸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은 이날 전장 대비 9.5% 급락한 온스당 4천883.6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500달러선을 돌파하며 5594.82달러로 고점을 높인 지 하루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도 온스당 4745.10달러로 전장보다 11.4% 급락했다.

은 선물 25.5% 떨어진 85.25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이하로 뚝 떨어졌다.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 맷 말리는 “최근 은은 단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자산이었고, 레버리지가 크게 쌓여 있었다”며 “이날과 같은 급락으로 마진콜이 대거 발생하면서 강제 매도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귀금속 관련 주식도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뉴몬트와 배릭 마이닝 주가는 각각 11.5% 급락했으며, 런던증권거래소세 상장된 프레스닐로도 11.6% 떨어졌다.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SLV(iShares Silver Trust)는 28.5% 하락했따. .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귀금속 시장의 과도한 쏠림 이후 나타난 ‘항복성 매도(capitulation)’로 보고 있다. 파뉴어 리버럼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톰 프라이스는 “전형적인 시장 고점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혼란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모두가 명확한 방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은행 시즈(Syz)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샤를-앙리 몽쇼는 “암묵적 변동성의 급등과 맞물려 볼 때,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돼 있었음을 시사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금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다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의 장기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XTB의 캐슬린 브룩스 리서치 총괄은 “시장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며 “달러 가치 훼손에 베팅한 거래는 당분간 멈췄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크테 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전략가는 “최근 가격 움직임을 고려하면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흐름 속에서 금의 중장기 투자 매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주들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0.72%), 알파벳(-0.04%), 마이크로소프트(-0.74%), 아마존(-1.01%), 메타(-2.95%) 등이 하락했다. 반면 테슬라는 스테이스X 등과 합병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3.32% 상승했다.

3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
◇기준금리는 유연, 장기금리는 보수…워시 체제의 ‘이중 신호’

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체제 아래에서 통화정책 수단별로 다른 방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운용에서는 경기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자산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QT)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 금리는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내려갈 수 있지만, 연준이 장기 채권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민간의 국채 부담이 커져 장기 금리는 오를 수 있다

실제 채권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2.7bp 하락한 3.524%를 기록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2.2bp 오른 4.876%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됐다. 단기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반영된 반면, 물가·재정·정책 신뢰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흐름을 보인 것이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더 작은 대차대조표를 지향할 경우 장기 금리에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1달러(0.32%) 내린 65.21달러에 마감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과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최근 상승분에 대한 차익 실현이 겹치며 유가가 소폭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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