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연준 신뢰 잃었다”…이사 해임엔 말 아껴”(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전 07:4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대통령이 정책적 이견을 이유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레이번 하원 오피스 빌딩에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베선트 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정책 문제로 해임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 “나는 변호사가 아니며 이에 대한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연준을 “독립 기관”으로 규정하며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고 카이사르의 아내처럼 흠결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른바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이 연준에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개인적 견해 제시를 피했다. 단일 행정부 이론은 미국 헌법 해석 이론 가운데 하나로, 행정부의 모든 권한은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으며 대통령은 행정부 전체를 전면적으로 통제할 권한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행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행정부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정당한 사유(for cause)’로 해임하려 하고 있으며, 해당 사안은 미 연방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법 제10조는 연준 이사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해임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범위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연준의 법적 지위와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대법원 판단에 따라 중대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연준이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 과정에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는 기존 비판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며 “연준은 지난 49년간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노동계층을 황폐화하도록 방치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연준의 독립성은 존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물가 급등과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과정에서의 막대한 비용 초과로 인해 현 지도부 아래에서 신뢰와 신인도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이례적인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이 조사가 금리 인하를 압박하려는 행정부의 시도와 연관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연준이 의회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며, 사실상 스스로 만들어낸 자금, 이른바 ‘마법의 돈’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은 금융기관 수수료와 보유 중인 미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운영된다.

베선트 장관은 아울러 최근 달러 가치 약세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강달러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 소속 빌 포스터 하원의원의 질문에 “우리는 항상 강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약 0.6%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9% 이상 떨어졌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고, 발언 직후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강달러 기조를 재확인한 점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일정 부분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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