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델, 중국산 메모리 도입 검토…“공급난 심화 영향”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후 05: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PC 대기업 HP와 델이 중국산 반도체 메모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5일 보도했다. 그동안은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으로부터 메모리를 조달해 왔으나, 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AFP)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HP는 D램 공급망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중국 대형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제품 검증에 착수했다. 올해 중반까지 메모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이외 시장에 판매하는 제품에 CXMT의 D램을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델 역시 CXMT의 D램 사용 방안을 염두에 두고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PC 대기업들도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에이서(Acer)는 제품 설계·생산 단계에서 중국 위탁생산(ODM) 업체에 대한 발주를 늘리고 있다. 관련자들에 따르면 중국산 메모리 채택에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에이수스(ASUS)도 중국 생산 파트너들에게 메모리 조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전 세계 제조사·공급업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부품 가격 변동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개별 공급업체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HP와 델, 에이수스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CXMT와 중국 낸드플래시 대형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은 사실상 금수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 및 가격 상승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엔비디아·구글·아마존 등 빅테크의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PC 등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메모리,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조달을 직접 관리해 온 글로벌 PC 업체들은 메모리 조달까지 일부 계약 제조사에 맡기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중국산 메모리 채택 검토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중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CXMT와 YMTC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들 역시 메모리 공급난에 발맞춰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등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그간 자국 내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사업을 키워 왔다. CXMT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대형 업체에 D램을 공급하며 성장해 왔고, YMTC 역시 내수 시장 위주로 낸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홍콩 리서치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D램 시장 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5%로, 전년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YMTC의 낸드 점유율은 전년보다 3%포인트 높아진 10%를 기록했다. 한국·미국·일본 대형 업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국산화를 밀어붙이고 있으며, CXMT와 YMTC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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