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7만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가상자산 투자전문기업인 코인쉐어스의 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은 “7만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수준”이라며 “이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6만~6만5000달러 구간으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최근 하락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서사들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맞물린다.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긴장과 거시 불확실성 국면에서 금과 동조하지 못했고,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기술주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독자적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비트코인이 약 29% 하락한 반면, 금 가격은 같은 기간 69% 상승했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마리온 라보르는 “지속적인 매도 흐름은 전통적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며, 전반적인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최근 베네수엘라, 중동, 유럽 등에서의 지정학·거시 변수 국면에서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고,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서의 채택 역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락세는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이번 주에만 약 23% 급락해 2022년 11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고, 솔라나는 장중 88달러대까지 밀리며 주간 낙폭이 24%에 달했다. XRP 역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강제 청산이다. 코인글래스 집계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청산된 롱·숏 포지션 규모는 20억달러를 넘어섰다. 가격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포지션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구조 탓에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의 약세는 미 기술주 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 기술주 비중이 큰 ETF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금과 은 등 귀금속 시장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디레버리징 압력이 커지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변화도 뚜렷하다. 크립토퀀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관 수요가 의미 있게 반전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맘때 미 현물 비트코인 ETF들이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26년 들어서는 순매도 기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365일 이동평균선을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하회했으며, 이탈 이후 83일간의 하락률은 2022년 초 약세장 초기보다도 더 가파르다고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티그룹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시장 조정과 연쇄 청산이 맞물리며 암호화폐 하방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 유동성과 자금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일방적 강세장’에 대한 기대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