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선 ‘SaaS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SaaS(정기 과금제로 운영하는 클라우드 구동형 소프트웨어)와 아포칼립스(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다. SW비즈니스 모델이 AI라는 ‘운석’에 맞아 공룡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했듯 지식 산업의 공포를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파급이 지식 산업을 붕괴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하고 지식 산업 지형이 예상보다 빠르게 바뀌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금융 SW, 서비스 기업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8일(현지시간) IT 전문 외신들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차세대 중급 모델로 거론되는 ‘클로드 소넷 5’의 개발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로드 소넷 5는 내부적으로 ‘페넥(Fennec)’이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글로벌 클라우드·개발자 생태계에서 앤스로픽의 차기 소넷 모델이 테스트 단계에 진입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출시가 임박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비용 구조다. 클로드 소넷 5는 상위 모델인 오퍼스 계열 대비 추론 비용이 약 절반 수준으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작업 성능은 비슷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뛰어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현실화하면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그동안 비용 부담으로 고급 언어 모델 도입을 망설였던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고성능 AI를 상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도입의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클로드 소넷 5를 둘러싼 기대는 비용 절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앤스로픽이 고성능·고가 모델과 실무형·가성비 모델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재편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법률·데이터 분석·마케팅 등 그동안 고부가가치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안정적인 구독 수익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이들 업종 기업의 핵심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톰슨 로이터 주가는 지난 3일 15.83% 폭락해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법률 서비스 기업 리걸줌은 19.68% 급락했다.
클로드 오퍼스 4.6 모델 공개 직후 금융 정보·서비스 기업 주가는 또다시 급락했다. 앤스로픽은 지난 5일 기업과 지식노동을 위한 최신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6’을 선보이며 금융 리서치와 규제 공시 분석, 재무자료 해석 등 기존에 전문 소프트웨어와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법률 업무 자동화 도구 출시로 소프트웨어주 급락을 촉발한 데 이어 금융 분석 영역까지 AI의 대체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전통 SW 산업 전반에 구조적 충격 우려가 재점화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앤스로픽의 AI 기술이 금융 정보 제공과 분석 SW의 핵심 경쟁력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AI 업계 전반에서 기업용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주식 애널리스트 토니 캐플런은 “AI기업이 법률 테크 분야에 진입해 톰슨 로이터 같은 대형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자의 우려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신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른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파급을 다른 국가보다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앤스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앤스로픽 경제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클로드 활용도를 나타내는 ‘앤스로픽 AI 활용 지수(AUI)’에서 3.12를 기록하며 전 세계 7위에 올랐다. 전 세계 클로드 사용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6%로 일본보다 낮지만,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AI 활용 강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한 AI 전문가는 “금융 서비스 등 사무직 전문가에게 AI 기반 혁신이 가져올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도 앞으로의 시장은 AI를 활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과 AI에 의해 대체되는 기업으로 뚜렷하게 나뉠 것이다. 엔스로픽발 2차 충격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