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상무장관, 청문회서 엡스타인 섬 방문 인정…“2012년 가족 동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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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8:0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과거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섬을 가족과 함께 방문한 사실을 상원 청문회에서 인정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관련 문건과 추가 보도를 통해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의 접촉 범위가 기존 설명보다 광범위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AFP)
러트닉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2012년 말 가족과 함께 엡스타인의 카리브해 개인 섬인 리틀 세인트 제임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가족 휴가 중 배를 타고 이동하던 과정에서 아내와 네 자녀, 보모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섬에서 점심을 먹었다”며 “약 한 시간 머문 뒤 아이들 모두와 함께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2005년 엡스타인이 자신의 집을 안내하던 중 여성들과의 성적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뒤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며, 이후 사회적·사업적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미 법무부가 공개한 이메일과 문건에는 그 이후에도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 연락을 이어가며 섬에서 점심 약속을 잡은 정황이 포함돼 있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문제는 불법 행위 여부가 아니라 엡스타인과의 관계 범위를 의회와 국민에게 왜곡해 설명해 왔다는 점”이라며 “이는 현직 장관으로서의 직무 적격성과 의회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가족을 데리고 그의 섬에서 식사를 했고, 별도의 만남 약속까지 잡았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중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인 만큼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러트닉 장관은 “기억에 따르면 뉴욕에서 이웃이 된 뒤 14년 동안 두세 차례 만났을 뿐”이라며 “관계나 친분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내와 나는 어떤 면에서도 잘못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공개된 문건을 살펴보면서도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개 문건을 인용해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이 2012년 말 광고기술 업체 애드핀(Adfin) 지분을 각각의 법인을 통해 취득하는 계약에 함께 서명했으며, 2018년에도 인근 건물 개발과 관련해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인정해 복역했으며, 2019년에는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 운영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가 수감 중 사망했다. 그의 인맥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과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은 러트닉 장관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트닉 장관을 “팀의 매우 중요한 일원”으로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앞서 러트닉 장관의 사퇴 요구도 일축한 바 있다.

상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러트닉 장관 부부가 2005년 엡스타인을 알게 됐으며 이후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논란이 행정부의 정책 성과를 흐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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