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구 1000만명 상한’ 6월 국민투표 실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전 10:3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스위스가 앞으로 인구를 1000만명으로 제한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 제안은 유럽연합(EU)과의 핵심 협정을 위협하고, 기업들이 외국인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AFP)
◇국민서명 10만명 넘겨…6월 중순 국민투표 예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이날 인구 상한을 1000만명으로 두는 정책 제안이 오는 6월 중순께 국민투표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직접민주제 시스템에 따라 10만명의 국민 서명을 확보한 데 따른 대응으로, 스위스의 강성 우익정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이 이 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2050년 이전에 스위스의 상주 인구(거주자)를 1000만명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2050년 이전에 950만명을 돌파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난민과 가족 재결합 분야의 입국 수를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면, 정부는 국제 협정 재협상이나 종료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인구를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와 EU 간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협정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지거나 아예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스위스 인구는 2035년 10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위스의 현재 인구는 약 910만명으로, 높은 임금과 높은 수준의 삶의 질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민이 지속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거주 비율이 27%에 달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스위스 인구는 2000년 이후 약 25% 증가했으며, 이는 대부분 주변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번 국민투표는 유럽 전역에서 이민자 유입에 따른 공공 불안이 커지는 흐름에 발맞춰 진행되는 것이다. 주거·복지·노동시장에 대한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이민을 더욱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이 여러 국가에서 지지를 늘리고 있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주거난과 더불어 ‘무제한 이민’(unchecked immigration)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SVP는 인구 급증이 인프라를 초과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임대료를 더 높게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은 성명에서 “한 해에 18만명 이상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업체 리바스(LeeWas)가 1만명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이 제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투표가 다수 우세가 아닌 ‘막상막하’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평론가인 마이클 헤르만은 “이번 이니셔티브 성공 가능성은 50 대 50 정도”라며 “투표일에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재는 높게 보이지만, 6월 말 투표 당일에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협정 차질·기업 인력난·연금재정 악화 우려도

그러나 SVP의 이니셔티브는 특정 국가별 이민 할당량이나 구체적인 이민 관리 체계를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인구 상한만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는 인구가 1000만명에 도달한 뒤엔 추가적인 인력 이민이 사실상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한다.

국민투표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소비재 대기업 네슬레부터 제약 회사 노바티스·로슈 등 외국인 인재에 의존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민 제한에 대한 논쟁이 스위스의 EU·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노동력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할 경우 기업들은 해외로 생산·연구 거점을 이전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와 혁신 둔화,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관련 연구보고서를 낸 스위스 경제협회는 SVP의 제안을 ‘혼돈 이니셔티브’(Chaos Initiative)라고 규정하며, 60% 이상의 기업이 EU·EFTA 지역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노동자가 ‘황금 연금’(Goldenes Amt·공적연금)에 기여하는 비율이 수급 비율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이민 규제는 사회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해 체결한 ‘스위스가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을 유지·향상시키는 협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스위스 연방평의회(행정부)와 연방의회는 이번 국민투표를 반대할 것을 권고하며, 국가 성장과 경제에 심각한 손상을 줄 뿐 아니라 핵심 협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스위스가 쉥겐 및 더블린 체제에서 벗어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스위스 베른대학교의 크리스티안 요페케 사회학 교수는 “SVP 제안을 지지한다는 것은 현재 인프라와 학교, 주거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면서도 “이니셔티브가 통과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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