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대전 막 올랐다…삼성 '속도전' vs SK '점유율' 신경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5일, 오전 08:01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묘한 전략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후발 주자지만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출하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속도전’을 내세우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점유율’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론까지 가세하면서 3강 구도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제품 사진.(사진=삼성전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인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삼성전자는 연휴 이후에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양산 일정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HBM4 출하 속도를 앞세운 건 기존 후발주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앞선 5세대 HBM3E에서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었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주면서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떨어졌다. 이에 HBM4부터는 업계 최선단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하면서 기술 승부수를 던졌다.

성능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훨씬 뛰어넘는 초당 11.7기가비트(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필요할 경우 최대 13Gbps의 속도까지 구현할 수 있다며 성능 면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 SK 하이닉스 부스에 HBM4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도 다음달 중 엔비디아에 HBM4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사 물량을 이미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TSMC의 12나노 로직 공정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초기 HBM 시장에서 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출하 속도 경쟁보다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제품까지는 사실상 엔비디아 물량을 독점하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해 왔다. HBM4 제품에서도 이같은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이크론 역시 최근 불거진 HBM4 공급망 탈락 루머를 일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강 구도가 아닌 3강 경쟁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이 올해 2분기 내로 엔비디아로부터 HBM4 퀄 검증을 마친 뒤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50%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각각 28%,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HBM 시장 비트 출하량 기준 점유율.(자료=트렌드포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4E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HBM4E는 HBM4의 기본 구조를 기반으로 동작 속도·대역폭·전력 효율을 끌어올린 차세대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HBM4E 1테라바이트(TB)용량을 갖춘 ‘베라 루빈 울트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올해부터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4E 샘플 출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4E의 핀당 데이터 처리 속도를 13Gbps 이상으로 제시했다. 핀당 속도가 11.7Gbps에서 13Gbps로 올라가면, 스택당 총 대역폭은 초당 약 2.6테라바이트(TB)에서 최대 3.3TB 수준까지 높아진다. SK하이닉스도 HBM4E부터 1c D램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HBM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고, 선단 공정으로 전환 속도도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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