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일 내 결정”…이란에 ‘의미 있는 합의’ 압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전 03:0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의미 있는 합의”를 체결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사실상 10일의 시한을 제시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결렬 시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도널드 J. 트럼프 평화 연구소에서 평화 위원회 창립 회의 폐회를 선언하고 있다. 가자지구 재건 및 안정화를 위한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구성된 트럼프 평화위원회는 202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공식 출범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첫 회의에서 “좋은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아마 10일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공습 등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매우 단순하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중동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 잠재력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한 단계 더 나아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2주’ 등 시한을 제시한 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군사 행동을 승인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6월에도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참여 여부를 “2주 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사흘 만에 폭격을 승인했다. 이번에도 협상과 군사 옵션을 병행하는 압박 전략을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협상단은 최근 제네바에서 간접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은 “향후 협상을 이끌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은 “일부 사안에서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전면 포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중동 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핵 문제 외 사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과 동시에 미국은 중동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현재 중동 해역에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포함한 군함 10척이 배치돼 있으며, 두 번째 항모 제럴드 R. 포드함도 북아프리카 인근에서 중동으로 이동 중이다. 지중해에도 구축함 2척이 추가 배치됐다.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대형 수송기까지 투입되면서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수준의 전력 증강이 이뤄지고 있다. 중동 주둔 미군은 약 4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군사적 긴장은 국제 유가를 자극했다. 브렌트유는 최근 이틀간 6% 이상 상승해 배럴당 약 72달러로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미국의 추가 공습 가능성과 이란의 보복,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전례 없는 긴장 고조”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오만만에서는 이란과 러시아 해군의 합동 훈련이 진행됐고, 이란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해상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공습 이후 핵·미사일 시설을 보강·복구해왔으며, 동시에 중동 내 미군 기지에서도 방어 태세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협상 테이블과 항모 전단이 동시에 움직이는 가운데, 향후 열흘이 중동 정세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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