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1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 협상단은 전날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상무부 관계자와 대미투자 프로젝트 후보 사업에 대한 상업적 타당성과 추진 절차 등을 협의한다. 3월 초로 예상되는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신속한 대미투자 실행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일본의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확정으로 미국이 한국에도 구체적인 대미투자 계획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앞선 17일(현지시간) 미국에 투자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가스 화력발전과 원유 수출 인프라 정비,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등 3개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중 조선 분야에 특화한 1500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000억달러 투자 분야로는 전력·원전·석유화학·석탄 등 에너지·중화학 분야가 거론된다. 양국은 지난해 양해각서(MOU) 체결 때도 에너지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업계는 그 중에서도 에너지 분야, 특히 원전과 전력망이 첫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노후 원전과 송전망 교체, 전력계통 안정화 등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투자 필요성이 크고, 한국은 건설·운영 경험과 기자재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이 미국 내 원전 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대형 송전망 사업에 지분투자나 금융 패키지 형태로 참여할 경우, 건설·장비 수출과 장기 운영·유지보수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전·전력망 패키지는 관세 합의 직후부터 ‘대미 전략투자 1순위’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제1차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기자재 수출 등을 늘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현지 석유화학 플랜트 투자도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업계에 따르면 미국 측은 최근 우리 정부에 석유화학 투자를 제안했다. 값싼 자국 셰일가스를 원료로 삼아 자국 석화산업을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우리 석화기업 입장에서도 현지 플랜트 지분투자와 설계·조달·시공(EPC) 참여를 통해 장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 가능한 분야다.
미국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나 수입 확대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일본 자본을 끌어들이려 했던 사업이다. 아직 사업성 평가와 상업적 구조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빠져 있으나, 여전히 유력한 투자처로 꼽힌다.
정부는 이처럼 특별법 시행 이전부터 후보군을 압축해놓은 후 3월 특별법 국회 통과와 이에 따른 이행위원회 출범과 함께 미국과 구체적인 개별 프로젝트 협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에는 최소 한 개 이상의 상징성 있는 프로젝트가 발표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은 에너지와 일자리, 국내 자원산업 부흥을 중시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취향을 1호 투자 프로젝트에 반영하려 할 것”이라면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에너지 투자는 향후 수익 변동성이 큰 만큼 정치·외교적 상징성과 함께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실질적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최종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