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거점' 필리핀에 수백억대 투자…AI 대응 박차[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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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23일, 오후 03:35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핵심 생산기지인 필리핀 공장에 수백억대 투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거점 증설을 통해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사진=삼성전기)
23일 삼성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에 약 75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의 자산 가치(장부금액)는 712억원에서 146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도록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을 MLCC 대량 양산기지로 삼고 있다. 톈진 법인에서는 전장용 MLCC를, 필리핀에서는 AI 서버용 MLCC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필리핀 법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AI 초호황이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 일반 서버에 약 5000개의 MLCC가 탑재된다면, 데이터센터 내 AI 서버는 최소 3만개 이상의 MLCC를 필요로 한다. 연산 성능이 고도화하면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소비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이에 차세대 AI 가속기로 갈수록 MLCC에 대한 수요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폭발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MLCC 업계 1위인 일본 무라타는 AI 수요 확대에 따라 MLCC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 역시 현재 MLCC 가동률이 90%대 중반 수준으로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추가 가동률 상승을 통한 생산능력(CAPA·캐파)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 역시 당분간 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기는 필리핀 공장 증설을 통해 캐파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AI와 전장을 중심으로 MLCC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적인 수요 대응을 위해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고, 생산성 개선을 진행하는 등 공급 대응력 강화를 위한 선행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백억대 투자를 단행한 만큼, 올해 1분기 중 MLCC 라인 증설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멕시코 카메라 모듈 신공장 건설을 위해 약 500억원의 투자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전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중단했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지난해 하반기 재개했다. 이에 따라 투자를 집행하고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멕시코 공장을 북미 전기차 및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생산 거점으로 삼고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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